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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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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시대, 한국 위성 강국으로 급부상 중
그러나 정작 위성 정보 활용은 안보 규제 등에 '초보' 수준
개방형 플랫폼 구축, 첨단 기술 활용해 질 높이기 등 필요

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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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민간이 우주 개발의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됐다. 특히 민간 업체들이 촬영한 위성 사진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리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등 위성 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미 우주 강국들에선 공공ㆍ민간 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활용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한국도 위성 개발 역사가 30여년을 넘기면서 양적으로는 위성 강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산 위성이 쏘아질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위성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민간에게 공개하고 활용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각종 규제 장벽으로 인해 '초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조원을 들여 획득한 위성 정보를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성 강국 도약하는 한국

우리나라 정부는 2020년까지 군소형 위성을 제외한 중대형 위성 11기를 쏘아 올렸다. 갈수록 투자를 늘리면서 2030년까지 170여대의 위성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공공 목적의 위성 총 170여기를 개발한다. 종류별로는 초소형 군집위성 93기, 차세대 중형위성 11기, 다목적 실용위성 6기, 정지궤도위성 4기 등이다. 여기에 한컴그룹, 한화그룹 등 민간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중에서도 많은 편으로 한국이 본격적인 ‘위성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위성 정보 수집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다목적 실용위성, 천리안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등을 통해 국토지리, 농업, 임업, 해양, 수자원, 기상 등 6개 분야의 위성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위성 정보의 용도는 다양하다. 세계 주요 우주강국들은 위성 정보를 활용해 재난 재해 대응, 전략 정보 획득 등 안보적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기상 예보 △환경 모니터링 △해양·수자원 모니터링 △수확량 예측·식생 정보 등 농림 모니터링 △국토 관리·지도제작 △고정밀 항법 정보 등에 쓰고 있다. 국민들의 실생활에서도 유용하다. 지역 날씨, 미세먼지 예·경보, 전염병 확산 모니터링·헬스케어 등 국민 건강 서비스, 교통·지도·3차원 생활지리정보·선박 최적 항로 제공 등 위치기반 서비스는 위성이 필수다. 위성 정보를 활용한 국제유가 예측·지역 경제 성장률 분석·보험 등 금융 서비스, 지도기반 지리·역사 교육, 가상현실(VR) 게임, 지도기반 홍보, 관광 등 여가·교육 서비스 등도 최근 들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 ‘쌍팔년도식’ 한국 vs ‘완전 오픈’ 선진국

지난 3월 초,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리나라 위성 정보 업체 SI이미징서비스에 야간 촬영이 가능한 전천후 관측 영상레이더(SAR) 위성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이미 미국 등 민간 위성 정보 업체들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 측에 활발히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때였지만 이 업체는 "지금 제공할 만한 정보가 없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위성 사용 시간을 늘리면서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일대를 촬영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위성 정보 수집과 활용에 ‘초보’라는 점을 보여준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간 업체들의 위성 정보 활용 산업 생태계가 그만큼 위축돼 있고 서비스 제공의 여지가 적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는 안보·보안을 명분으로 한 규제가 첫손에 꼽힌다.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진흥법, 국가공간정보기본법 등에 의해 현재 공공 위성들이 수집한 위성 정보의 공개 여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군사시설이 노출된 3차원 위성 자료는 모두 비공개다. 정밀 보정된 2차원 좌표가 포함된 해상도 30m 이하, 일반인 출입 통제 보안·군사시설이 노출된 해상도 4m 이하, 3D 좌표가 포함된 해상도 90m 이하의 정밀 자료도 공개가 제한된다.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이것들 외의 지역에 불과하다. 그나마 해상도 25㎝ 이하의 초정밀 위성 영상의 경우 제공·판매 시 내용과 인적 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이같이 엄격한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의 조항을 일부 완화해 올해 3월부터 시행했지만 기업이 요청할 경우 ‘보안 심사’할 수 있다는 조항만 삽입됐을 뿐 여전히 규제의 장벽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털 지도 서비스인 네이버지도에서는 용산 미군 기지나 청와대 인근 군사시설을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나라 국토의 약 30% 이상이 이 같은 보안 규제에 묶여 위성 정보를 민간이 접할 수가 없다.

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미국 등 주요 우주 강국들도 처음에는 보안 규제가 심했지만 점차 정책을 바꿔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완화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 강력한 위성 영상 데이터 규제 정책을 시행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 위성 영상데이터의 경우 해상도 2m 이상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또 해외 수출의 경우 해상도를 낮추거나 특정 지역에 대해선 거래를 금지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민간 위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공 위성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자 미국은 2020년 위성 데이터의 보안 기준을 해상도 0.4m로 대폭 낮췄다. 또 위성 서비스 민간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시장성 중심의 허가제로 돌아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관측위성정보센터(ESDS)를 통해 수집되는 모든 영상·메타 테이터는 물론, 문서·연구결과, 분석 소스코드에 대해 완전 개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도 2007년 위성데이터보안법을 제정해 민감도 조사를 통한 보안 절차를 거쳐 위성 정보의 90%를 직접 배포하고 나머지 10%만 관리한다. 이 중 1%만 배포 금지다.


한 민간 위성 정보 업체 관계자는 "유럽·미국 등의 경우 보안 규정이 엄격하긴 하지만 민간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국제적 상황을 반영해 점점 개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만 아직도 보안 규정이 엄격하고 2000년대식 기준의 공간 해상도 중심의 규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개되고 있는 데이터들마저 정부 각 기관들이 시행하는 위성 정보 관련 공공서비스를 위탁·대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민간의 제대로 된 활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최근 위성정보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요 5개 위성 정보 제공 기관의 서비스 수준 평가는 매우 낮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국립환경과학원 국가환경위성센터를 총 5단계의 서비스 레벨 중 0단계, 즉 겨우 마지 못해 서비스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위성센터·국립해양조사원 국가해양위성센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등은 서비스 레벨 1로 좀 낫지만 ‘초보’ 수준이라고 봤다.

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위성 영상 데이터 시장 ‘대박’

전 세계적으로 최신 기술·위성 정보를 활용한 민간 서비스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고도화된 활용 단계’, 즉 서비스 레벨 5단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의 위성 정보 서비스 제공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인 레인버드지오의 재난 대응 및 관리 시스템 ‘RGB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천리안 위성2A호와 해외 위성 등에서 획득한 여러 개의 위성 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GIS), 행정망 등의 부가 정보를 융합해 재난 예측·알림서비스를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시간 전에 폭우 예방을 해주고, 위치 기반의 홍수·가뭄·산불 등 재난 즉시 알림, 사용자 간 재난 신고·공유, 지역 기상 정보 수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르헨티나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파차마는 위성 정보 서비스를 탄소거래제와 연동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북미와 남미 대륙의 산림 관련 감시, 기업의 탄소 관련 비용 계산 및 탄소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주요 투자은행(IB)의 투자·컨설팅을 받는 등 주목받고 있다.


오비털인사이트는 NASA 출신이 2013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지리정보·위성영상분석 솔루션을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AI 활용 위성 영상 해석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부동산, 국방, 소매, 금융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특히 유가·선물 시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맥사테크놀로지, 플래닛랩스, 이그잭트어스 등 기존의 위성체 개발 및 발사, 수신국 등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전적 위성 정보 업체들도 최근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성가를 올리고 있다.

위성이 수백개라도 꿰어야 보배다[과학을읽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개방형 위성 정보 플랫품 구축 필요"

우리나라가 위성 정보 활용의 ‘초보’ 신세를 면하려면 우선 NASA나 유럽우주청(ESA) 등처럼 강력한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위성 정보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민관이 보안·안보와 관련해 민간·기업에 공개할 수 있는 위성 정보의 기준을 다양화·구체화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높은 기술 수준과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종 위성의 통합 등 융합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공공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면서도 민간 사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한 위성의 원시 영상 제공이 아니라 전처리 후 데이터 제공·분석, 시각화 기능 제공,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 도입, AI 등 첨단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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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위성 정보 산업 생태계는 한마디로 엄마(정부)가 젖을 줘야 겨우 살아 남는 유아기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수백 개의 위성이 추가 발사되는 등 위성 강국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집한 정보의 다양한 민간 활용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규제 완화·진흥 정책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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