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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1등만 기억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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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1등만 기억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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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준호는 열심히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지 늘 4등을 해서 메달이 없다. 아이의 엄마는 우수한 코치를 붙여서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을 올리려 한다. 드디어 2등! 메달을 처음으로 땄다. 집에서 온 가족이 신문지 펴놓고 불고기 파티를 연다. 그런데 동생 왈 "형 맞아서 2등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4등한 거고?"


아빠는 아들 준호의 옷 속에 숨겨진 멍 자국을 보고 놀라 엄마를 다그친다. 새로운 코치가 때린 거냐고. 엄마는 외친다.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섭다"고, 그리고 흐느낀다. "그 상처 메달로 가릴거야!"


메달, 성적, 순위를 향한 우리 사회의 폭력을 다룬 영화 '4등'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의 2015년 작품)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은 여자배구에서 4등을 했다. 메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딴 펜싱이나 양궁 선수들 못지않게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4강에 아쉽게 들지 못한 어린 탁구선수 신유빈 양에 대한 사랑이 쏟아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1승을 목표로 처음 출전한 럭비 선수단 주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살포시 느껴진다.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은 금메달을 딴 엘리트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피땀 흘린 고난의 기억을 국민들은 눈물로 공감했다. 시간은 많이도 흘러 선수촌의 폭력을 피해서 이탈하는 선수들의 기사와 성폭력까지 언급되는 시기를 지나, 이제 금메달리스트들은 즐거운 기억과 웃음으로 그들의 성과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사랑과 격려를 받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예전 어르신들이 눈과 입으로만 스포츠를 즐기셨다면 요즘은 직접 해보니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차이, 선수와 국가대표의 차이를 몸소 느끼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올림픽 선수는 범접할 수 없는 '월드 클래스'인 것이다.


'라켓소년단'이란 드라마 때문인지 을씨년스럽게 방치됐던 아파트 배드민턴장이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로 새 단장을 한 것 같다. '골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하는 프로그램을 지켜보니 처음엔 공 한번 못 차고 헛발질과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같더니만, 몇 개월이 지나서는 폭풍 성장을 거듭해 모두가 멋진 플레이를 선보여 놀라웠다.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서로의 역할을 조율하는 모습을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땀 흘리는 그녀'들의 변화다. 모두 젊어지고 이뻐졌다. 몸매도 단단해져 보이고…. 어떤 고급진 화장품이나 성형시술보다도 효과를 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생활체육을 즐겼으면 한다. 그 속에서 건강해지고 여러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저변이 늘어나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되고 일부는 태릉선수촌급의 노력과 승부욕으로 월드클래스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 팀이 승리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적인 플레이가 필요한지 깨닫고, 개인의 희생과 노력이 서로의 격려와 땀 속에서 이뤄지는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강해지지 않을까. 다양한 일상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경쟁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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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연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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