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분석결과, 아파트·고가주택 금리 민감도 상대적으로 커
고가주택, 기준금리 25bp 인상시 주택가격 상승폭 1.7%P 둔화
평균집값 1억2000만원 그룹(1분위) 금리영향은 훨씬 적어
금리인상으로 집값 상승·가계대출 잡을 수 있을진 미지수
수도권 등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시 통상 개인당 1억원 신용대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집값이 평균 11억원 수준인 고가주택의 금리 민감도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높을수록,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상승 억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올려 집값 상승폭을 낮춘다 하더라도 오름세는 꺾이지 않아, 금리인상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은이 201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을 때 주택 5분위(평균 집값 11억원) 그룹의 주택가격 상승폭은 1.7%포인트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만약 집값이 이전까지 10% 오르고 있었다면, 기준금리를 25bp 올렸을 때 최대 8.3%까지 상승폭이 둔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주택 1분위(평균 집값 1억2000만원) 그룹에 기준금리가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었다. 1분위 주택가격은 기준금리를 똑같이 25bp 올려도 집값 둔화 폭이 0.5%포인트 수준에 그쳤다. 2분위는 0.7%포인트, 3분위와 4분위는 각각 0.9%포인트와 1.4%포인트 둔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 종류별로는 연립주택보다 아파트 가격의 민감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주택의 경우 집값 상승률 둔화폭은 0.1%포인트대였지만 아파트는 0.3%포인트 이상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집값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요인에 대한 변동성도 크다는 것"이라며 "특히 아파트의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규제, 주택공급 등에 따른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집값이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시점은 금리인상 시점으로부터 약 1년반 정도 흐른 뒤였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 전체 주택가격 오름폭도 둔화하는 것으로도 추정한 바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는 정도를 세밀 분석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에서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도 경기가 뒷받침된다면 추가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기도 하다.
다만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지난 6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11.9% 올랐고, 7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14.3%에 달했던 만큼, 한은 분석을 적용하면 기준금리를 25bp 올려도 집값은 여전히 1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인다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도 여전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모니터링 결과, 수도권 등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시 통상 개인당 1억원 내의 신용대출을 통해 필요자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집값이 추가로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선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가격 둔화 영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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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주택공급 정책 등도 잘 추진돼야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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