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남겨두고 철군에 야당 비판 확산
IS 테러 발생 우려 여전
내년 중간선거 앞두고 공화당 세몰이 확산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와 겹치며 증폭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예정보다 하루 앞서 심야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아프간 철군 작전은 미 정가는 물론 언론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군은 앞서 바르람 공군기지를 아프간군에게 알리지도 않고 떠나며 아프간은 물론 동맹과 미국 정치권에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결정을 했다.
미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이 아프간에 남아있을 경우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공격했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약 250명의 미국인이 남아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이 100명이라고 언급했다.
인원이 몇 명인지를 떠나 미국인들을 뒤로 하고 철군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은 비난의 소지가 충분하다. 이슬람국가(IS)의 추가 테러를 우려해 서둘러 작전을 마무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군은 카불 폭탄 테러로 사망한 13명의 미군 유해가 도착한 지 하루 뒤 시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그람 공군기지 철수 결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군부 수뇌에 미루다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이날도 철군을 앞당긴 것이 군부 지도자들의 만장일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들을 외교협상으로 데려오겠다고 했지만, 외교관들도 모두 아프간을 떠났다. 자국민을 지킬 최소한의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탈레반을 믿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셈이다.
미국이 데려오기로 한 아프간인들도 바이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이 이미 혼선을 빚은 상황에서 수만 명의 아프간인의 미국 정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크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이 아프간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문제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 큰 짐이 돼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대선 도전은 중동 문제에 발목 잡혀 결국 실패한 바 있다.
IS의 테러를 방지해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하다. 당장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테러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여론이 싸늘해지는 상황에서 초대형 허리케인 이다가 남부 지역을 강타한 것도 중대 변수다. 친 바이든 성향의 CNN 방송도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가운데 아프간 철군과 허리케인이 겹치며 바이든 정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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