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포기하자는 건 아냐"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대해 "여성정책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잇달아 여가부 폐지론을 밝힌 것에 대해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탓이다.
이 대표는 7일 대구 북구에 있는 삼성 창조캠퍼스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우려했다'는 질문자의 말에 "지금까지 (여가부가) 했던 방법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는 취지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여가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는 사실상 특임부처 형태로 신설된 지 20년이 됐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면서 "여가부가 지금까지 꾸준히 예산을 받아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젠더 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건 운영 형태 등이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가부 폐지론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 전 의원과 하 의원에 의해 촉발됐다. 유 전 의원은 대선 공약으로 현재 여가부가 맡고 있는 다양한 여성 이슈를 각 정부 부처가 나눠서 맡는 방식과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하 의원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며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 대표도 전날 SBS 인터뷰에서 "저는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 본다"면서 "여가부는 사실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가지고 그냥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는데 그렇게 해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당내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일자 여성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선 경선에 도전장을 던진 윤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가 '인심'을 잃은 건 맞지만 다른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여기다(여가부에다) 떼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되는 것은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이 따라야 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조수진 최고위원 역시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식"이라면서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