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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사활 건 공정위, 이중규제 우려에 떠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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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두고 정부 영역 다툼 비판 커져
방통위 쪽 반대 빠진 명분 세우기용 토론회
업계 "의견 수렴 부족" "실효성 없는 이중규제 될 것"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사후 규제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규율하는 법안을 무리하게 몰아붙이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은 4차산업시대의 혁신성장의 축이자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법안 제정 등의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치열한 논쟁 등을 통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정위 주도의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당장 범부처가 합의한 '플랫폼 최소 규제' 원칙부터 뒤엎은 데다, ICT 관할 부처의 지적마저 반영되지 않는 등 의견수렴 절차도 부족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특히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플랫폼 규제가 공정위-방송통신위원회 간 영역 다툼으로 치달으며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모양새다. 플랫폼 업계는 이 과정에서 자칫 이중규제로 시장 혁신이 꺾일 수 있다고 우려를 쏟아낸다.


'반대 측' 빠진 명분쌓기용 토론회 비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웨비나 형식으로 개최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토론회' 초청 대상에는 규제 대상인 플랫폼 사업자들로 구성된 인터넷기업협회가 포함되지 않았다. ICT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측은 물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위원들도 별도로 참석 요청을 받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일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만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월 상정된 온플법이 국회에서 2개월 이상 계류된 가운데 열려 주목받았다. 해당 법안에 사활을 건 공정위로서는 온플법 통과가 점차 어려워지자 법안 통과를 위한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나선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온플법을 반대해 온 학계, 정부, 정치권, 업계 관계자들의 참석은 배제되면서 한쪽으로 치우친 '명분쌓기용 행사'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필두로 한 공정위는 최근 잇달아 관련 사업자, 학계, 정치권, 정권 등을 접촉하며 온플법 통과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온플법 입법예고 기간에도 플랫폼 업계, 전문가 등이 제시한 반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원안은 크게 수정되지 않았다"며 "방향을 다 정해놓고 구색맞추기용 토론회만 개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플랫폼처럼 예민하고 중요한 사안일수록 정책 수립과 법률 제정 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으로 꼽힌다.


플랫폼업체와 입점기업 간 관계를 상하 수직적 관계로 규정한 공정위 안이 발표된 이후 플랫폼 업계에서는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법이 새롭게 생길 경우 국외 기업에는 적용이 어려운 만큼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빅데이터가 핵심 경쟁 수단인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게서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유럽연합(EU) 등 해외 입법사례를 온플법 제정 추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자국 시장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위한 이들 사례와 한국의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ICT 규제당국인 방통위 역시 공정위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규제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이중 규제 우려를 인정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사전 협의가 필요했던 부분인데 부처간 대립 구도로 흘렀다"며 "(방통위측) 입법 정합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방통위 패싱 논란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공정위와 방통위 간 갈등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 경쟁정책국은 작년 6월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져 시장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로 온플법 추진 방침을 공표했다. 공정위안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입점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경제적 이익 제공을 강요하거나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경영활동 간섭, 보복조처 등에 걸쳐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부처간 플랫폼 사업자의 정의부터 다르다. 공정위는 온플법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타인의 거래를 매개할 뿐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통신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방통위의 소관인 전기통신사업자를 규율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기 때문에 거래, 의사소통, 정보교환 등 상관 없이 통신매개형 전기통신역무로 부가통신역무에 해당돼 전기사통신사업법이 적용된다며 맞서고 있다. 이번 플랫폼 규제를 두고 정권 말기 정부부처 내 규제권 쟁탈전이라는 해석이 쏟아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작년 9월 입법예고 이후 3개여월만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법제처, 차관회의, 국무회의까지 빠르게 통과한 공정위 온플법에 제동을 건 곳은 국회 과방위다.


과방위는 공정위가 내놓은 특별법이 '자기 표절법'이라는 이유를 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과방위 내부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 법안은 5개 조항을 제외하고 전 조항이 현행 공정거래법을 그대로 재현한 수준이다. 조문별 주어인 사업자를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 및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6개 조항은 공정위 조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특별법의 '필요불가피성'도 어긴 셈이다.


공정위와 별도로 방통위는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에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공정위안과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대규모 플랫폼사업자에게 규제를 부과했다는 점, 입점업체 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는 점, 역외 규제 조항을 포함했다는 점 등이 차별화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나 표준계약서 적용 등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법안소위를 거치며 원안 수정을 통해 계속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 플랫폼 기업들 안절부절

부처 간 고래싸움에 속 타는 곳은 플랫폼 기업들이다. 두 법이 각각 정무위와 과방위에서 통과되면 플랫폼 기업들로서는 중복 규제가 불가피하다. 이에 국회에서도 두 법안을 정책위 차원에서 정리하기 위해 논의 중이나 이 또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공정위는 온플법에 이어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전자상거래법)까지 지난 5일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인기협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태동한 것은 20년 전으로 수익이 난지 불과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성장 지원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첫 번째 시어머니인 방통위도 부담스러운데 사후규제기관인 공정위가 기존 온라인 약관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까지 세세한 강제 조항을 적용한 특별법을 적용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학계에서는 규제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부처가 합의해 완성된 형태의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플법은 법적으로 맹점이 있어 어려우며, 방통위 측 법안은 실제 국회를 통과했을 때 실효성 있게 국내외 기업들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면 제로베이스로 검토해야 한다"며 "(온플법은) 시장 남용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사전에 운영사업자를 갑이라 규정 짓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매년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법안을 통해 규제 관할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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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디지털 경제를 주도할 플랫폼 혁신성장을 위해서라도 범 부처 차원의 최소 규제 원칙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최소규제 원칙은 (과기정통부뿐 아니라) 방통위, 공정위, 문체부 등 다같이 모여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계속 새 법을 만들어서 규제 크게 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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