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장비도 몸값이 오르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시설투자를 잇따라 결정한 상태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장비에 대한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은 길어지고 중고 제조장비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시설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장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제조장비 업체들의 공급 속도는 다소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리드타임은 3~6개월 수준이었는데 최근 수요가 몰리면서 10개월 전후로 늘었고 조만간 1년 이상으로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의 경우 장비 평균 리드타임은 지난해 2.8개월이었지만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6.4개월로 두 배 이상 길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고 반도체 제조장비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늘어난 TV, 노트북, PC 등에 들어가는 드라이버IC,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사용되는 전원IC와 같은 반도체가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200㎜ 웨이퍼용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이 생산하는 200㎜ 장비 규모가 수요에 비해 적은 데다 중고 장비도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반도체 중고 장비업체 서플러스글로벌의 김정웅 대표는 "200㎜ 기준으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에 중고 장비가 7000~8000대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1000대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중고 장비 가격은 6개월 새 평균 20% 정도 올랐다고 보면 된다.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장비가 많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시설 투자가 예상된다.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장비 매출액은 688억달러(약 78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721억달러, 761억달러의 반도체 장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를 기준으로 보면 1월 거래 규모는 전월 대비 13.4% 증가, 전년 동월 대비 29.9%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월 기준 3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제조 장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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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 투자는 역사적으로 평균 3~5년 정도의 투자 사이클이 있다. 2019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 하나의 사이클이 끝난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 "2020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새로운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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