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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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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돕는 점자블록 파손 빈번…오히려 '통행 방해'
전문가 "도시 전체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불편 정책 지향해야"

[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볼라드가 뽑힌 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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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초영 인턴기자]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있다. 이들의 눈을 대신해주는 점자블록은 파손되거나,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아주는 볼라드는 아예 뿌리째 뽑힌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야외 활동을 돕고 이들의 눈 역할을 하는 일련의 장치가 오히려 이들의 발을 묶어 놓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도시의 정책 등이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편의를 위해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서울 종로3가역에서 종각역, 종각역에서 안국역, 안국역에서 다시 종로3가역에 도착하기까지 종로1·2·3·4가동에선 수많은 점자블록과 볼라드를 볼 수 있었다. 볼라드는 차량이 보도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말뚝으로 볼라드가 훼손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현재 있는 곳이 인도인지 도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야외 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훼손된 점자블록과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점자블록, 점자블록이 없는 횡단보도는 이들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보행권을 침해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로 볼 수밖에 없다.


[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점자블록이 거의 마모되어 점형 블록인지 선형 블록인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통행에 있어, 얼마나 큰 불편을 겪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 도심지역 건물 주차장의 차량 진·출입로 100곳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점검한 100곳 중 절반 이상의 곳에서 보행 동선이 단절되거나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지자체에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즉각적인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안은 보행자의 안전확보 및 편의증진 정책 수립·시행을 위한 기준적합성 심사 시 지역 주민 및 관계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 수요자인 교통약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직접 심사에 참여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심사가 이뤄져야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에 더욱 효과적인 내용의 법안 마련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이 시각장애인이 많이 거주하고 보행량이 많은 수도권 도심지역 건물 주차장의 차량 진·출입로를 조사한 결과 보행 동선 단절과 점자블록·볼라드·경보조치 미설치 및 유지관리 미흡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한 100곳 중 25곳에서는 보행 동선이 단절돼 시각장애인이 보행 중 사고를 당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차량 진·출입로 바닥 미구분` 또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유효 보도폭 협소` 문제였다.


[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없는 횡단보도. 시각장애인은 횡단보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빨간불에 길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점자블록 설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인도 57곳에선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짚어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마저도 절반은 재질·규격이 적합하지 않거나 유지 관리가 미흡했다. 주요 문제는 △황색 점자블록 미사용 △비규격 점자블록 사용 △횡단 진행방향 부적정 및 유지관리 미흡 등이었다.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아주는 볼라드가 없는 사례도 47건에 달했다. 볼라드가 있는 곳도 절반 이상은 철재나 석재 볼라드를 설치하거나 전면에 점형(원형)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석재 볼라드 설치 및 전면 점형블록 미설치 △석재 볼라드 설치 및 간격 부적합 △선형블록 이격거리 부적절 등이 주요 문제였다.


차량 진·출입을 소리로 알리는 경보장치가 없는 곳은 37곳이었다. 출입 경보장치가 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은 47곳에 불과했고, 그중 17곳은 경보장치가 보도에서 멀리 설치돼 있어 주변 소음 등으로 경보음이 보행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보행안전법)에 의하면 특별시장, 광역시장, 시장 또는 군수 등은 보행자의 안전확보 및 편의증진 정책을 수립·시행하기 위해 5년의 범위에서 관할 지역의 보행자길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지역 주민 및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안은 기준적합성 심사를 실시할 때 장애인 등 교통약자 관련 법인 또는 단체의 의견을 듣는다는데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한 택시가 보도에 불법 주차를 해 점자블록을 가리고 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보행 안전을 저해하는 도로점용물 및 불법시설물을 정비하도록 하는 법안 또한 마련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약자법'은 시장이나 군수가 보행안전이 필요한 곳에는 도로의 일정 구간을 '보행우선구역'으로 지정해 도로점용물 및 불법시설물 등을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많은 교통 약자는 폭이 좁은 보도 위에 가로수, 가로등 또는 전신주 등의 설치로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지자체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개선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각종 입법이 이어가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보행에 적합한 보도폭에 미달하는 보도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보행안전 기본계획의 수립'에 개선책을 반영하도록 하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보행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자체장이 보행에 장애가 되는 도로점용물과 불법시설물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도록 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보행우선구역에서 보행에 장애가 되는 도로 점용물 및 불법시설물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도록 함으로써 교통약자의 안전한 보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입법 후 전수조사를 통해 도로를 실질적으로 보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교통약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포]"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죠" 점자블록 파손에 불법주차까지…시각장애인 보행권 '실종' 횡단보도 앞 점자블록이 횡단보도 방향이 아닌 차도를 향하고 있다. 이 점자블록을 따라 간다면 시각장애인은 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겪을 수도 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시각장애인 보행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적으로는 이들을 위한 불편 해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관련 법안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한국복지경영학회장은 도로점용물과 불법시설물 문제에 대해 "시민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게 세워놓은 점용물에 시각장애인들은 부딪히고 넘어지거나 사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엄연히 도로교통법상 위법"이라며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해 벌금을 무는 경우는 봤지만, 킥보드나 자전거 등을 인도 위에 세워 벌금을 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지자체 차원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행권 보장 취지의 정책으로는 훼손된 점자블록 등을 지자체가 한 번에 몰아서 공사를 하는 것을 대신해 '배리어 프리' 인증제를 도입하자고 제언했다. '배리어 프리'란 도로나 공공시설 등에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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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배리어 프리' 인증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지자체가 훼손 점자블록 등에 대한 일시적인 보수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를 장기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이를 슬로건으로 삼아 도시를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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