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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수정 2020.11.24 15:52입력 2020.11.24 15:31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지난 9월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냥 끊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또 전화가 왔다. 똑같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끊었다. 받고 끊고를 2∼3일 되풀이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세히 들어봤다. 대출받은 300위안(약 5만원)을 갚으라는 소리였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웨이신(위챗페이)을 통해 소액대출은 받은 사람이 돈을 안 갚고, 그 사람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를 내가 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특파원 칼럼]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사진=블룸버그>

며칠 뒤 본격적인 채권추심이 시작됐다. 오전, 오후 한 번씩 전화벨이 울렸다. "내 이름은 조영신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소액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라는 말을 하루에 두 번씩 되풀이해야만 했다. 그것도 한 달 넘게 말이다.


채권추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때쯤 해외 언론들이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앤트그룹 기업공개(IPO)를 놓고 호들갑을 떨었다. 앤트그룹이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 340억달러(약 38조4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이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중국 1위 모바일 결제 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 운영사다.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핀테크(금융+기술)가 앤트그룹의 주 수입원이다.


한 달 넘게 시달려온 터라 알리페이의 대출 연체율이 궁금했다. 이곳저곳을 뒤져봤지만 연체율 통계는 찾지 못했다.


중국은 신용사회를 건너 뛴 국가다. 현금사회에서 신용사회로, 신용사회는 다시 캐시리스(Cashless)사회를 거치는데 중국은 신용사회 없이 곧바로 캐시리스사회에 진입했다. 빌린 돈, 즉 빚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갚아야 한다는 신용 개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신 중국은 선불(先拂) 문화가 발달했는데, 이 역시 '먹튀'가 종종 사회문제로 떠오르곤 한다.


앤트그룹 상장을 이틀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의 최대 주주인 마윈이 중국 지도층 앞에서 속된 말로 건방을 떨어 상장이 무산됐다는 뉘앙스의 기사가 쏟아졌다.


중국 지도부가 과연 마윈의 군기나 잡겠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 쳤을까.


알리페이 가입자는 9억명(대부분 위챗페이 중복사용자)이 넘는다. 9억명이 100위안(약 1만7000원)씩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대출 총액은 900억위안이다. 대출이자(하루 0.02∼0.07% 금리 적용)를 연 7%라고 가정하면 이자수익만 63억위안이 넘는다. 반대로 연체율이 급등하면 손실은 계산이 불가능하다.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에 지급준비금을 5%에서 30%로 올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된 바 있다. 신용사회 진입을 위해 경제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라는 오명을 썼다.


사석에서 만난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중국은 신용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전에 디지털화폐 사회로 진입했다고 했다. 신용 개념이 IT 등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나중에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ㆍ중 갈등 속에 중국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금융(자본)시장 불안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금융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속절없이 미국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14억 인민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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