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타다금지법이라고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 통과 이후 모빌리티 업계가 '가맹(프랜차이즈) 택시'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가맹 택시란 기존 택시 회사가 수수료를 내고 브랜드 등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가맹택시 선두주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는 올해 목표인 '1만대 가입'을 눈앞에 뒀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도 1만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바야흐로 '택시 프랜차이즈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두달 새 가맹 택시 2배= 6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T블루는 가맹 택시가 지난 4월 5200대에서 6월말 기준 전국 21개 권역에서 9800대로 증가했다. 두 달 여만에 가맹 택시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속도라면 당초 목표로 잡았던 '연내 1만대 목표'도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도 같은 기간 7600대에서 9700대로 늘었다. 마카롱택시 역시 올해 2만대까지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법인들과 가맹 계약을 맺는 형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대신 가맹을 맺은 택시 법인에 카카오T블루 상표 사용권은 물론 회계, 마케팅, 기사교육 등 전반적인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표준화된 시스템을 제공하므로 택시 법인은 자체 인력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품질이 표준화된 택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등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관리하므로 택시 서비스 품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카카오모빌리티측은 덧붙였다. 마카롱택시도 비슷한 수수료율을 토대로 가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배회영업 크게 줄어 = 가맹 택시의 또 다른 특징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택시의 운행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길거리를 돌며 손님을 찾는 '배회영업'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앱)에서 택시기사들에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예측맵'을 제공한다. 지역별로 택시기사가 있는 곳에서 승객이 몰릴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가 끝나면 잠실에 있던 택시기사의 앱에는 해당 지역이 빨간색으로 나타난다. 지난달부터 카카오T블루를 운행하고 있는 15년차 택시기사 오영환(50)씨는 "앱을 통해 영업을 하면서 배회영업을 할 때보다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가맹 법인의 상황에 맞는 자문도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택시 법인의 월간 운행 내역을 분석해 차고지 지역을 기준으로 어느 곳에서 영업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알려준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토대로 가맹 법인에 효율적인 택시 운행 자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택시는 일반택시와 달리 부가서비스를 통한 추가 수입 창출도 가능하다. KST모빌리티는 '마카롱택시'에 탄력요금제와 동승요금제 연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탄력요금제는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요금을 기본요금보다 비싸게 받고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동승요금제의 경우 합승 손님을 태운 뒤 손님에게 요금의 70% 정도를 받는 식이다. KST모빌리티가 신청한 규제샌드박스가 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의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맹 택시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햄버거를 먹을 때 맥도날드를 선택하는 것처럼 택시도 카카오 브랜드가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3~4년 내 택시 업계도 음식점처럼 프랜차이즈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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