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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 그녀는 왜, 사내정치를 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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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없이 남자정글서 살아남는 법
술·흡연·골프 없이도 다양한 정보 관리

[최대열의 體讀] 그녀는 왜, 사내정치를 하게 됐을까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1가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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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프랑스 본사에 자리가 났다고 가정할 때 여직원은 직접 지원하지 않고,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이나 프랑스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지요. 인사팀장이 여성일 경우 적임자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남성은 직접 말해야 알아요. 남성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 산업계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일정 직급 이상은 철저히 남성 위주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상장법인 임원 성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상장사 2072곳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은 4.0%, 여성 사외이사는 3.1%로 집계됐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은 1407개로 3곳 가운데 2곳이 넘는 수준이었다. 성별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중요해졌고 기업이든 공직이든 새로 뽑는 이들 가운데 여성이 절반을 넘기는 게 일반화됐다. 그래도 피라미드 같은 조직의 인력구조가 단숨에 바뀌진 않는다는 뜻일 테다.


과거 시멘트 업계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맡은 전경화 전 라파즈한라시멘트 상무의 충고는 그래서 현실적이다.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거나 혹은 유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기의 요구를 우회적으로 전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조직에서 결정권자가 남성인 점을 감안하면 우회적 표현은 그만큼 의사전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일본인 아키야마 유카리의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1가지 비밀'은 그동안 그가 다양한 채널로 여성들에게 던진 조언이나 충고를 엮은 책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ㆍIBM 같은 글로벌 IT 기업 여러 곳에서 일한 저자는 입사 초기부터 이후 각 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경험, 직접 창업한 회사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을 버무려 썼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나 챕터 구분, 사안을 단순한 매트릭스로 바꿔 구분ㆍ요약하는 스타일은 저자가 글을 쓸 때만 아니라 평소 업무를 대할 때도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앉은 자리에서 첫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거나 혹은 중간중간 눈길 끄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읽어도 가독성이 좋다는 얘기다. 물론 번역자의 세심함 덕이기도 할 것이다.


[최대열의 體讀] 그녀는 왜, 사내정치를 하게 됐을까


저자는 우선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정의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스킬을 익혀야 한다. 저자는 포터블 스킬ㆍ테크니컬 스킬ㆍ스탠스로 나눈다. 포터블 스킬은 의사소통에 관한 스킬(사람 관리), 동기부여ㆍ인내심ㆍ지속력 등 자기를 제어하는 스킬(자기 관리), 분석ㆍ계획ㆍ실행력 등 일 처리 스킬(업무 관리) 등 업계나 직종을 가리지 않고 어떤 일에서도 밑바탕이 돼야 할 요소다.


테크니컬은 특정 업계나 직종에 필요한 스킬, 스탠스는 일을 대하는 기본적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뜻한다. 흔히 전문성을 도드라지게 만들기 위해선 테크니컬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포터블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일종의 직장 처세술, 나쁘게 본다면 잡기술로 치부되기도 하나 저자는 첫손에 꼽는다.


그는 "포터블 스킬만 제대로 익혀 둔다면 자기 능력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이 가능하고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조직에서 활약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통원활·자기통제..멘털관리도 철저
사전교섭 아닌 상대 배려, 처세술 중요

같은 맥락에서 '사내정치'를 따로 한 챕터로 풀어 설명한다. 사내정치나 물밑교섭은 그 자체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지만 업무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젊은 시절에는 사전교섭을 한다는 게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람을 조종하는 것으로 생각해 멀리했으나 반년 이상 공들인 프로젝트가 임원회의에서 한 사람의 반대로 무산되는 일을 겪으면서 생각을 고쳤다는 것이다. 공작(工作)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행위라는 것도 당시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사전교섭 대상자 목록을 만들어 접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각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한편 장단점을 정리해 접근했다. 단발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사후관리도 챙겨야 한다. '술자리나 흡연실, 골프장에서 일이 결정된다'는, 마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경구가 일본에도 있지만 저자 역시 술ㆍ흡연ㆍ골프 없이도 다양한 정보를 관리하는 법을 배워나갔다고 강조했다.


과거 직원들이 말도 잘 붙이지 못할 정도로 엄격한 사장 밑에서 일할 당시 사장실에 항상 사탕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이후 주전부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일, 사수였던 한 선배가 특별한 이유 없이 회사 안을 어슬렁거리며 가볍게 말을 건네며 가까워지는 걸 접하고선 정보관리의 중요성도 터득했다고 한다.


여성이라고 꼭 감성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통제와 멘털 관리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직급이 오를수록 외로워지는 건 성별에 따라 다른 건 아니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직급에 올라갈수록 같은 처지에서 공감대를 가질 동성이 적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사회생활 초년생 때 다양한 모임을 찾았고, 나이가 엇비슷한 선배ㆍ동기 가운데 먼저 승진해 관계가 서먹해졌을 때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큰 회사의 임원으로 가있는 과거 직장선배로부터 "더 성장하면 우리 동료가 될 수 있으니 힘내"라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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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커리어를 쌓아 관리자가 된 이후 아이를 갖게 돼 오히려 업무와 육아를 분담하는 데 자기결정권이 높았던 점, 조직의 위로 갈수록 책임은 무거워지지만 시야가 넓어져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점 등 승진을 강조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는 머리말에 "딸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여성이 더욱 일하기 쉬운 시대가 되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썼다. 그만큼 어려운 시절을 보낸 흔적이리라.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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