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대규모 차관·설비 도입했지만 경제난
빚 갚으려면 경제개발·외자유치 필요한 상황
막대한 채무→외부투자자 유인 감소 악순환
"국제금융기구 가입 통해 채무 탕감 등 필요"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외채무가 발목을 잡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경제를 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막대한 규모의 채무와 상환 불이행 전력은 외국인투자유인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북한의 대외채무는 1970년대 서방으로부터의 대규모 차관과 설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적절히 상환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북한이 빚을 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스웨덴이다. 북한은 40여년전 스웨덴 기업으로부터 자동차와 중장비 등을 수입해왔지만 그 대금을 갚지 않고 있다.
주문 당시 총 대금은 600만달러(6억 크로나) 정도였지만 원금에 연체 이자 등이 붙으면서 3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스웨덴 무역보험위원회(EKN)는 현재 약 2억7500만 달러(26억5600만 크로나)가 미수금으로 남아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위원회 측은 북한 당국에 매년 두 차례씩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북한은 1989년 단 한차례 310만 달러(3000만 크로나)를 갚은 적이 있다.
EKN측은 "이 때를 제외하고 북한에서 비용 청구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내놓고 있지 않다"면서 "북한 측에서 청구서 접수를 거부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채무 불이행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없다"면서도 "이는 엄연히 스웨덴 정부에 대한 빚"이라고 강조했다.
안나 카린 잣코 EKN 사무총장은 "빚을 상환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상환받느냐가 문제"라면서 북한에 대한 채무 이행 요청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스웨덴 외에도 다수 국가에 대해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정확한 외채규모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120~18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원 유입이 필수적인데 외채 문제는 해외로부터의 금융지원, 외국인투자 유치 등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무대에 나서고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부채 상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경제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유럽 국가들과 정상적인 금융 관계를 맺고 싶다면 관련 금융 기관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RFA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빚이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협력해 채무를 탕감받는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한다면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대북 채권국 다수는 북한의 빚을 탕감해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갚지 못하는 대외채무는 향후 통일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부는 북한의 채무를 변제해줄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남북 통일 후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탕감 방침을 취소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 채권은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북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언젠가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이 북한의 채무를 인수해 이를 상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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