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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과시하는 단체톡방…불법 음란물 유포로 변질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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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과시하는 단체톡방…불법 음란물 유포로 변질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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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홈런쳤습니다. 지금 호텔입니다.", "홈런이라니 정말 부러움. 다음에 저랑 같이 술 한잔 해요. 비법 전수 좀요."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의 불법 음란물 공유가 문제로 지적됐지만 여전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여성과의 성관계를 과시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여성과의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인 '홈런'을 외치며 자랑하듯 성관계를 암시하는 사진을 오픈채팅방에 전송했다.


실제 헌팅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에 입장해 보니 여성과의 성관계를 인증하는 사진이 시시각각 올라왔다. 한 남성은 호텔 침대 사진을 게시하며 성관계 후 여성과 함께 조식을 먹으러 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른 남성은 여성의 속옷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참여한 뒤 상대 여성의 신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철저히 숨기면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했다. 인증이 올라오면 다른 남성들은 부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또 방법을 전수해달라거나 함께 헌팅을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불법 촬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를 온라인에 유포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오픈채팅방에 성관계를 암시하는 사진과 메시지는 넘쳐나도 현행법상 이러한 행태는 처벌이 어렵다. 본인의 신원을 숨기면서 상대 여성의 신체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않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기 때문이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인증을 하고 난 뒤 관련 사진을 곧바로 삭제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성관계 인증 내용이 새나가지 않도록 자체 단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성관계를 인증하는 행위가 실제 불법 음란물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범죄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버닝썬 사건 당시 연예인과 클럽MD들의 성관계 인증 단체대화방 같은 불법적인 행태들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마초적인 성문화가 남아있어 '남성답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성관계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다보면 인정욕구 탓에 실제 성범죄를 저질러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처벌할 법적 근거가 모호하지만 성관계를 암묵적으로 인증하는 행위는 범죄와 다름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성인식과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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