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해외에서 최근 유행하는 '잔돈금융'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응용ㆍ개발할만한 핀테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잔돈금융이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된 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자동으로 적립해 저축ㆍ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11일 여신금융연구소가 최근 낸 '해외 주요 잔돈금융 서비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핀테크업체 에이콘스(Acorns)사는 2014년 잔돈금융 앱 '올림(round up)'을 출시한 지 8개월 만에 외부 투자금 2300만달러(약 270억원)를 유치했다.
올림은 이용자가 해당 앱과 연동된 신용ㆍ직불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펀드에 입금시키도록 설계됐다. 만약 이용자가 25.45달러의 물품을 구매할 경우 이를 올림한 26달러와의 차액인 55센트가 잔돈으로 기록되며, 이를 자동저축하는 방식이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미국의 청년층은 이전 세대에 비해 낮은 소득, 강화된 금융규제, 급증한 학자금대출 부담 등으로 투자나 저축에 소극적이었다"며 "잔돈금융 서비스는 저축ㆍ투자를 할 여유가 없고 은행 계좌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청년층을 금융서비스로 끌어들이는 '유입책'으로 쓰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금융업계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ㆍ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 비해 아직 주목도가 낮은 편이다.
IBK기업은행은 2015년 신용ㆍ체크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1만원 미만의 잔돈이 결제계좌에서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되는 금융서비스 'IBK평생설계저금통'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고정지출이 많아 저축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등이 소액으로 부담없이 재테크를 시작해 목돈을 마련할 발판이라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잔돈모아올림적금'은 국내 최초로 OK캐시백 포인트를 금융상품과 접목한 최초의 사례다. OK캐시백을 운영하는 SK플래닛과 제휴를 맺고 출시한 상품이다.
장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은행 계좌 보유율이 높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 해외 사례와 같은 용도로 활용되기엔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대로 따라하기보단 '적금 습관 들이기' 확산 등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ㆍ문화적 현실에 맞춰 응용ㆍ개발하면 획기적인 핀테크 혁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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