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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선거 공시일에 韓 반도체 때려라'…日 의도 파악 못한 외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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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재료 수출 심사 개시 4일은 참의원 선거 공시일/21일은 선거..18일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日 요구 제3국 조정위 시한/선거 일정 맞춰 韓 보복 일찌감치 준비/
가만있을 수 없다던 외교부 '잠잠'

아베 '선거 공시일에 韓 반도체 때려라'…日 의도 파악 못한 외교참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이날 강 강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일본정부가 보복조치를 할 경우 가만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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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일본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낳은 외교 참사로 파악된다.  일본 정부의 허를찌른 발표에 우왕좌왕하는 우리 정부는 일본의 대응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던 기존 발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북핵 안보 문제가 해결되면 경제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던 우리 정부의 기대감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 가능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미 지난 5월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및 현금화에 대한 최종 대응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기업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총리관저와 그 측근들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리 외교부 등은 사전 대응에 미흡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공을 해당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돌리고 있을 뿐이다. 이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열렸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은 별도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베 '선거 공시일에 韓 반도체 때려라'…日 의도 파악 못한 외교참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과 무관하다고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마련한 대응 방안임을 시사한다. 당연히 우리도 그에 맞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해법 찾기를 미루고 일본이 요구해온 외교 절차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책임이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후 8개월이 지난 6월에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부랴부랴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 모금을 통한 배상 의견을 일본에 전달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자충수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담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일본의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일 관계를 자국 정치와 맞물려 다루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료 수출 심사 강화를 시작하는 오는 4일은 참의원 선거 공시일이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선거에 한일 관계를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일 관계를 빌미로 극우 세력을 결집해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청와대는 일본 측이 참의원 선거 이후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역시 선거에 한일 관계를 활용할 가능성을 간과한 오판이었다.


아베 '선거 공시일에 韓 반도체 때려라'…日 의도 파악 못한 외교참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초치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 집권 여당은 참의원 선거 운동 기간에도 한일 관계를 이용할 전망이다. 오는 18일은 일본이 지난달 19일 우리 측에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일이다. 일본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외교상 협의에 이어 양국이 직접 지명하는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 의뢰 중재위 구성 요청 등이라는 절차를 이행해가고 있다. 만약 이때까지도 우리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 집권 여당은 선거전 여론 몰이에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측은 일본이 최초 제안한 협의에도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중재위에 앞서 협의부터 해야지 않겠냐"고 언급했지만 현 상황에서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일본은 1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하며 오는 24일 이후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조치 대상, 즉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임을 예고했다. 24일까지 이의를 접수한 후 25일부터 즉각 이에 따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한국 경제를 옥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화낙 등이 제조하는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공작기계, 로봇 등의 대한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이래 명단에서 퇴출된 국가는 지금껏 없다. 리스트 퇴출이 현실화되면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제조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등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참의원 선거가 끝난 후인 만큼 일본 정부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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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 외교로 대응하고 있지만 성과는 확신하기 어렵다. 국회에 출석해 일본이 보복 조치를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은 대표적인 비난 대상이다. 외교부는 일본의 수출 통제 정책 발표 이후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철회를 요청했지만 이번 사안이 경제 분야인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명분을 따지다 실리를 놓치고 있는 게 지금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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