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아이가 귀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출연하거나 등장하는 방송프로그램이나 광고가 부쩍 늘어났고, 방송에 나와 어린 자녀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연예인도 많습니다.
그런데 남자 연예인이나 남자 스포츠 스타들이 유달리 '딸바보'라는 말을 많이 듣고, 본인들도 두 말 없이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여자 연예인이나 여자 스포츠 스타들이 대상이 된 '아들바보'라는 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딸이 더 귀여워서'라고 하면 신뢰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에는 대부분이 공감합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과학적으로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이론이 성립될까요?
사진을 보신다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추성훈과 그의 딸 사랑이가 대표적입니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사랑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 이영표와 그의 딸, 이운재와 그의 딸, 이대호와 그의 딸, 탤러트 김응수와 그의 딸, 고창석과 그의 딸의 모습은 '붕어빵' 기계로 찍어 낸 것처럼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이론은 과학적으로 성립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학 엘리자베스 콘웰 교수와 데이비드 파레트 교수가 국제학술지인 '동물생태학'에 발표한 '외모와 매력'에 대한 연구결과에서 "딸은 아들보다 부모의 성별에 관계없이 매력적인 외적 요소를 물려받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파레트 교수는 "부모의 외모가 유전적으로 아들에게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보는 비중이 높지만 여성은 외모가 아닌 다양한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자들의 주장은 결국 '딸은 아들보다 아빠나 엄마의 외모, 즉 부모 생김새의 매력적인 요소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해외 스타 중에서는 헐리우드의 배우 주드 로의 자녀들이 한 때 이슈가 됐습니다. 주드 로와 역시 배우였던 지금은 이혼한 전처 새디 프로스트 사이에는 아들 래퍼티와 딸 아이리스가 태어났습니다.
아들 래퍼티 로는 작고 못생겼는데 유명 패션기업의 모델에 발탁됐다며 금수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딸 아이리스는 어릴 때부터 예쁜 용모로 주목받으면서 모델활동을 해왔습니다. 아들은 모델로서의 재능도 없다는 평가를 듣지만 딸은 재능을 인정받고 있지요. 아빠의 유전자가 딸에게만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것일까요?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자녀는 부모에게서 동일한 양의 유전자를 물려받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생쥐를 이용한 유전실험에서 어미 쥐로부터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A쥐'와 아비 쥐로부터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B쥐'의 유전자 발현 상태를 검토합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3종의 쥐 3마리와 다른 대륙에서 다양하게 진화한 변종 쥐를 교배해 낳은 새끼들이 발현한 서로 다른 9가지 유전적 특성에 대해 오랜 시간 분석했습니다.
아비 쥐로부터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B쥐'가 어미 쥐로부터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A쥐'보다 질병 발현이 더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아비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이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버지의 유전자가 더 많이 발현되는데, 딸이 이 유전자를 더 잘 받아들여 활용한다는 의미겠지요. 물론 확률이 높다는 말이지, 그 확률이 100%라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를 닮은 예쁜 딸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빠의 본심 아닐까요? 엄마 닮은 아들도 많습니다. 확률은 확률일뿐 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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