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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신성일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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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신성일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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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전문 배우. 세계 영화사에서도 유례가 드물다는 거인 신성일씨가 세상을 떴다. 수많은 부음 기사, 영상 특집이 화려했던 남자 주인공 가시는 길에 주단을 깔아준다. 앞으로 더 많은 헌사와 추념, 비평, 연구가 그와 535편의 필모그래피를 반추할 터다. 오랫동안 파파라치 가십 냄새가 진동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후일담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신성일학 정립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됐으면 한다.


신성일학이라 함은 연예인으로만 봤던 뭔가 좀 가벼운 문화 전통을 새로운 소프트파워 문화 경제로 일궈내는 작업을 뜻한다. 영국으로 치면 비틀스와 퀸 음악으로 증폭시켜온 브리티시 팝 전성기 개막이 곧 문화 경제 성공 모델이다. 미국이라면 1975~1977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감독이 '죠스'와 '스타워즈'를 창작해 성공 DNA를 박음질해낸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말한다.

이런 거인들의 지렛대가 이제 갓 20년째 한류 콘텐츠 수출 흐름을 타고 있는 한국에도 필요한 시점이 왔다. 신성일학은 이의 튼튼한 버팀목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저 흘러간 옛 스타나 카사노바 딴따라쯤으로 내팽개쳐버리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답답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게 아니라고 말할 신성일학 제1 증빙이 어디 없을까?


영화 '만추'로 곧장 가보자. 1966년 이만희 감독이 남자 주인공 신성일을 기용한 '만추'는 한국 영화 예술의 백미로 꼽힌다. 원본 필름조차 보존하지 못해 다시 보기도 어려운 전설로 남은 그야말로 한국 최근세 문화사의 시그너처다. 같은 해 나온 프랑스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명작 '남과 여'와 견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10월7일 작고한 영화음악 거장 프란시스 레이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남과 여'가 '남과 여, 20년 후'라는 속편을 냈던 것과도 좋은 비교가 된다.

'만추'는 이 감독이 스러졌던 악재에도 1975년 김기영 감독이 '육체의 약속'으로 리메이크했고 1981년 김수용 감독이 배우 김혜자, 정동환이 출연한 '만추'로 다시 만들었다. 일본의 신인 감독 사이토 고이치가 '약속'이란 제목으로 번안해 일본 영화 베스트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원작이 나온 지 44년 만에 연출자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으로도 화제가 된 월드 스타 탕웨이와 TV 드라마 정복자였던 현빈이 주연한 '만추(2010)'까지 총 4편이 후속으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한 영화가 반세기의 세월을 넘어 수차례 리메이크된 역사는 그냥 간단하게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가 상업주의로 얼룩진 통속극이 아니라 진짜배기 예술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킬러 콘텐츠라면 분명 길이길이 꺼내 봐야 할 보물임이 틀림없다.


'만추'의 가장 큰 역작은 아주 성숙하고 품격 높은 영화 예술만이 남길 수 있는 아우라(aura)를 우리 한국 사람들의 손에 쥐어주고 떠났다는 점이다. 진품ㆍ명품에서만 풍겨 나온다는 정령과 같은 영상미학의 카리스마, 힘을 영화 '만추'는 마치 암각화나 암모나이트 화석처럼 또렷하게 살려주고 있다.


'만추'의 소프트파워 상당 부분은 단연 배우 신성일과 문정숙의 몫이다. 1960년대 찍어 보일 풍경조차 궁핍했던 그 시대 창경원을 훑어가며 예술 행위, 창의 노동이 펼쳐졌다. 세상 끝 휴가 나온 여죄수와 떠돌이 위조지폐범이 엉킨 3일 동안 덧없는 사랑이라는 전개는 그 어떤 문학 이상으로 관객들을 감동케 했다.


신성일과 그 동료 예술인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불멸의 작품을 아로새겨놓았지만 위대한 전통은 점차 엷어지고 마는 듯하다. 풍요로운 후대로 갈수록 '만추'를 이어받는 DNA는 영 만나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신성일학이 착수해야 할 과업 또한 명확해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새롭게 한류를 주도하는 논픽션 영역에서도 신성일 영상미학과 아우라를 도입할 특출한 전략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예능 '백종원의 골목 식당'이라도 신성일표 멋짐과 중후함, 남성성과 인간미를 DNA로 가져올 학습 효과를 다뤘으면 한다. '만추'나 '길소뜸(임권택 감독ㆍ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최불암, 김지영, 이상아 출연ㆍ1986)'이 보여준 한국인의 희로애락 속 깊은 감정선을 청년 자영업 종사자들에게 이입하도록 궁리해보자. 캐릭터 백종원도 외모는 다르지만 한층 매력적이고 신뢰할 만한 글로벌 명사로 밀어올릴 연출도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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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학이 그렇게 돌다리를 놓아주기만 한다면 예능, 오락, 여가까지 포괄하는 블루오션인 문화 산업 세계를 경영하는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 리더를 확실하게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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