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애견호텔에서 잇따라 반려견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면서 애견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 동물권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애견호텔 관리자의 실질적인 자격 검증과 애견호텔에 맡겨지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견호텔은 견주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고 그의 애견을 위탁보관해주는 업종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위탁업소는800∼900여 개로 추산된다.
문제는 애견호텔의 동물권 사각지대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애견호텔에 위탁됐던 소형견종 비숑프리제가 대형견종인 시베리안 허스키에 물려 죽는 일이 발생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부터 기존에 생산·판매·수입·장묘업 등 4개 업종에 그쳤던 반려동물 관련 영업 종류에 동물전시업(애견·애묘 카페), 동물위탁관리업(애견호텔, 펫 시터, 애견유치원, 애견훈련원 등), 등 4개 업종을 신설 관리하기로 했다.
정치권도 동물권 향상을 위해 반려동물 복지향상 실현 등 7개 부문에서 동물보호단체와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세부 사항으로는 △2022년까지 유기동물 5만 마리 이하로 줄이기, △길고양이 중성화(TNR) 정책 전면 실시,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도입, △생매장 살처분 금지를 위한 방역정책 도출과 관련제도 마련 등이 포함됐다.
애견호텔.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겼다가 애견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는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무허가 애견호텔도 적발됐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관리를 소홀히해 개 10마리를 폐사시킨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A씨(28·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부터 김해 시내 한 주택에서 일종의 애견호텔을 운영해오다 최근 개 23마리를 기르던 중 10마리를 폐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개들이 왜 죽었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5월 제주도 한 애견호텔에서도 반려견이 다치는 일도 일어났다. 견주 B씨에 따르면 그의 반려견 ‘뭉개’는 애견호텔에 맡겨진지 9시간 만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났다.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애견호텔 관리자 C 씨는 “뭉개가 팔뚝을 물어서 홧김에 강아지를 집어 던지고 두세 번 발로 찼다. 그 과정에서 테이블이 뭉개 위로 넘어져 뭉개가 크게 다쳤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C 씨가 운영하던 애견카페는 구청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로 드러났다. 이 애견호텔은 현재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경찰은 C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강아지.사진=픽사베이
전문가는 이 같은 애견호텔 사고에 대해 관리자의 자격 검증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애견호텔 관리자가 실제로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일종의 제도적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견호텔 관리자가 과거 동물을 학대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이 맡겨지는 과정도 일정 부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애견호텔이란 것 자체가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당연히 낯선 환경이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여름 휴가철이나 가족들이 집을 비우는 경우, 그 집에 찾아가 반려동물을 관리해주는 펫시터(애완동물 돌보미)가 있어,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주인과 함께 있는 공간이라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잇따르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관련 처벌 규정을 마련 또는 강화해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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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이 같은 동물권에 대해 이래 오래전부터 준비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822년 의회에서 최초의 동물복지법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문을 민법에 명시해 동물에게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지위’를 부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2년 ‘동물당’이 창당됐다. 이어 유럽연합은 2009년 동물을 ‘지각력 있는 존재’로 인정, 동물을 학대하는 돼지 감금틀 등을 없앴다. 또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한 국가는 인도, 브라질, 스위스,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이집트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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