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月 6000원 추가 임금 인상안 의견차로 협상 결렬
쟁의기간 중 노조원 탈퇴 회유에 노조가 회사 고발까지
소비자들, 샤넬에 실망 표출…브랜드 이미지 실추
[아시아경제 임춘한 수습기자]“명품브랜드 샤넬이 직원 처우가 이렇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게 됐다”
13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샤넬 화장품 매장. 최도진(39)씨는 매장에 붙은 현수막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샤넬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도 보장 못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최씨는 “샤넬은 고급 브랜드로 그 매출도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본다”며 “대체 그 돈은 어디에 쓰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이렇다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의아해 했다.
명품브랜드 샤넬의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사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이번 사태로 샤넬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되고 있다.
이날 오후 백화점 샤넬 매장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고 고객들은 평소처럼 향수와 립스틱 등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하기도 했다. 달라진 건 매장에 부착된 ‘저희는 쟁의중입니다’라는 현수막과 유니폼대신 ‘임금인상’ ‘인원충원’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근무하는 직원들뿐이었다. 한 매장 직원은 “비록 투쟁 중이지만 저희는 극단적인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며 “협상을 통해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은 샤넬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직장인 김수연(30)씨는 “오늘 기분 좋게 쇼핑을 나왔는데 샤넬 사태를 알고 기분이 나빠졌다”며 “명품브랜드답게 직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또 대학생 박혜진(25)씨는 “샤넬을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해왔는데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확 깨졌다”며 “노조를 응원하고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북의 한 백화점 샤넬 화장품 매장 상황도 비슷했다. 쟁의 기간 중이지만 매장 영업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과 고객들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매장 직원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한 매장 직원은 “저희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고 회사에게도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누구보다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에 정말 실망이 크다”고 한탄했다.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복장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합리적인 임금과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샤넬은 올해 제품가격을 2.4% 인상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국내 매장 판매 직원 300여명 중 70%는 최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을 받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두 차례 노조와 사측이 협상했지만 0.3%p의 임금인상률 격차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결렬됐다. 1인당 평균 월 6000원 수준의 인상폭이지만 사측은 이를 추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샤넬코리아가 지난 9일 노조 조합원을 회유하고 노조탈퇴를 권유한 정황이 고용부 근로감독관에게 적발돼서다. 김소연 샤넬코리아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이달 초 탈퇴한 노조원을 따로 불러서 임금 협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같은 행위가 노동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노동부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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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 노조는 14일 오후 4시30분부터 홍대 ‘샤넬 코코 게임 센터’ 앞에서 노조원 전원이 참석하는 피켓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사측의 노조 탈퇴 유도 등 부당 노동 행위가 있어 사안이 꼬이고 있다"며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팽팽하지만 토요일 집회를 열기 전 대화로 풀어볼 여지는 아직 있다"고 전했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회사가 파업 기간 중에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에 의거해 모든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있고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노조와 성실히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수습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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