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1년 2개월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A(22) 씨는 “매년 한 과목씩 꼭 어려운 과목이 있다”며 공무원 시험에 대해 어려움을 털어놨다. 일반 행정직을 목표로 하는 A 씨는 “올해 국가직 9급은 국어 지문이 길어져 시험지가 평소보다 1페이지 늘어났고,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 문제를 내 어려움을 겪었다”며 높은 시험 난이도와 지엽적인 내용을 다룬 문제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중 36.9%가 일반직공무원 준비생(공시족)으로 나타났다. 또 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7일 시행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20만2978명의 지원자가 몰려 4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시험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합격 기준이 고득점순의 상대평가이기에 단 한 문제로도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 수험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시험 난이도와 지엽적인 내용을 다룬 문제들 탓에 수험생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전한길 한국사 강사는 서울시 지방공무원 7급 한국사 시험 문제 풀이를 하던 도중 시험 난이도를 지적하며 출제자를 비판했다. 문제가 된 문항은 역사 서적 4점을 제작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문제로, ‘고금록’(1284년)과 ‘제왕운기’(1287년)의 제작 시기가 겨우 3년밖에 차이 나지 않아 시험 직후 많은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전 강사는 “이건 가르치는 강사나 대학교수가 풀어도 맞힐 수 없는 문제”라며 “시험이라는 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똑똑한 학생을 합격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건데, 이 문제는 공부해도 맞힐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고, 수험생들도 이에 동의했다.
8일 최태성 한국사 강사 또한 전 강사의 비판에 동조하며 “한국사 교육을 왜곡하는 저질문제다”라며 7급 공무원 한국사 시험 문제를 지적했다. 네이버 카페 ‘공드림’(공무원 합격 드림)을 비롯한 공무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공무원 학원 시장이 커질수록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지엽적인 문제는 더 많아지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종종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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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직업 안정성’ 때문으로 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박사과정 김향덕 씨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사과정 이대중 씨(기획재정부 과장)가 공시생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공시생의 54.5%는 공무원시험을 택한 이유로 ‘직업 안정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또 논문 저자들이 공시생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무원시험준비 실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하루평균 공부시간은 8.7시간, 합격까지 예상 소요기간은 24.3개월로 나타났다.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 동기에 대해서는 54.5%가 ‘직업 안정성’이라고 답했고, ‘안정된 보수’(21.3%), 구직난 등 ‘청년실업 심각’(14.3%)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허미담 인턴 기자 pmdh0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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