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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수다] 좋은 뉴스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7초

왜곡되고 상업화된 가짜뉴스 범람시대
종이신문보다 포털뉴스와 친한 10대들
그들에게 들려주는 언론의 불편한 진실
正論 키울 '비판적 수용자' 성장 밑거름

[책과의수다] 좋은 뉴스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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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그런데 그 뉴스는 어디서 보도했니?"
"네이버에 나와 있어요."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서 옆자리 중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창 시끄러울 때라 학생들도 제법 뭔가를 안다는 듯 뉴스에서 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슬며시 참견을 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기사에 그런 얘기가 있었는가 물었더니 대뜸 포털 사이트를 지목한다. "아니, 네이버나 다음 말고 어느 신문사에서 쓴 기사였냐고?" "그러니까… 네이버 기사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요." 하긴, 아파트 같은 라인 40가구 중 유일하게 우리 집만 배달 신문을 받아본다는데 이 어린 학생들에겐 '조ㆍ중ㆍ동'이나 '한ㆍ경ㆍ오'보다는 그저 네이버나 다음이 더 친숙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과거 정보는 곧 권력이었다.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가지지 못한 이들을 통제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일부에게 독점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자와 언론의 역할이 중차대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통신기기의 발달로 '정보의 평등' 시대가 열리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거나 공유하게 되고,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비판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에 대한 잣대는 매우 냉정해지고 있다.

◆ 가짜뉴스 속 진실을 찾아서= '10대에게 들려주는 언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뉴스를 읽지 않는 요즘 청소년들이 언론과 거리감을 느끼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했다. 청소년들은 언론에 무관심하고, 언론도 청소년의 고민이나 불편, 관심사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뉴스는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믿을 수도 없게 됐다. 사실과 다른 뉴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뉴스, 서로 미워하고 싸우게 만드는 '불량 뉴스'만을 생산하고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언론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전에 먼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력과 자본의 힘, 그리고 그 역학관계가 무너지면서 드러나는 언론의 이면에 대해 고발한다. 언론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거나 오보를 낼 때, 사실을 바꾸거나 조작할 때, 중요한 사실을 전하지 않을 때, 의견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경고한다.


나아가 뉴스 속에 숨겨진 이데올로기, 뉴스가 만들어내는 프레임, 인터넷과 만나 더 상업화되고 있는 뉴스의 민낯까지 언론 스스로가 고백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려준다.


만일 기사가 공정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담았다면 독자들은 뉴스를 읽고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아직 사회적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청소년들이야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틈 날 때마다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보게 되는 포털사이트의 뉴스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독자의 생각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안전과 편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위해서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이유부터, 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담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어 뉴스는 사라져서는 안 되고, 제대로 된 언론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책과의수다] 좋은 뉴스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언론이 문제일까?/박영흠 지음/ 반니/ 1만3000원


◆ 올바른 언론 키우는 것도 독자의 힘= 청소년이라 몰랐던 게 아니라, 실상은 어른들도 예전엔 잘 몰랐던 이 같은 언론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건 이제라도 미래사회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이 좋은 뉴스를 가려낼 수 있는 '비판적 수용자'가 되라는 조언이자 격려다.


저자는 뉴스를 없애버릴 게 아니라면, 이 언론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주체가 바로 독자여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 단순한 구경꾼에 그치지 말고 늘 언론을 꼼꼼히 살피고 잘못된 점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찾으며,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하지 못하거나 왜곡된 기사를 쓸 때는 호되게 꾸짖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좋은 뉴스는 언론이 만들지만, 그런 뉴스를 만드는 언론은 시민들이 만든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언론을 키우기 위해 '뉴스펀딩'과 같은 방식으로 후원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팟캐스트 등과 같은 1인 미디어에도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좋은 뉴스를 만들 일차적 책임은 언론인에게 있지만, 아무리 좋은 뉴스를 만들어도 그것을 보거나 읽고 박수를 쳐 줄 독자가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비판하지 않는 언론을 짠 맛을 잃은 소금에 비유하며 "우리나라 기자들이 권력에 '까칠한 소리'를 하기보다 권력과 오순도순 평화롭게 공조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한소리 한다. 현직 언론인도 읽다가 뜨끔해지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점까지 조목조목 밝히고 비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 바꿔나가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개선해 가려는 노력이야 말로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청소년 세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전혀 다른 미디어의 세계를 살아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언론 또한 변화하고 바꿔가는 일을 지체할 수 없다는 조급증이 인다.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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