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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게임은 질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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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게임은 질병일까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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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의 질병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과몰입을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로 명명하고 질병으로 등재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학계에서는 과학적 증거의 뒷받침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치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WHO 관리들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비디오게임 집착자를 정신건강 장애 진단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WHO의 방침에 대해 환영의 의사도 표명했다. 게임이 가진 중독 요소가 현실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예방과 치료라는 관리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편 게임이 중독이나 정신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의료계나 심리학계 어느 쪽에서도 명확하게 증명된 바 없다. WHO의 입장 발표 이후 의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 상당한 반발이 나오는 게 단적인 예다. 실제 옥스포드대학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심리학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연구진 역시 게임 장애를 ICD-11에 추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게임이 정신 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 그룹을 이루는 구성원이나 그룹 모집 과정에 대한 검증 역시 필수다. ICD와 함께 정신과 진단기준을 발표하는 미국 DSM(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고 인터넷 게임 장애를 진단 기준에 편입하지 않고 있다.

게임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일부 연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결과로만 보면, 게임을 즐기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업성적과 사회성 면에서 더 우수하다거나, 게임이 시각 및 지각 능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게임이 노년층의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욱이 최근의 연구들은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입증은 어렵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한다는 결과를 더 많이 생산하는 추세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코드로 분류하게 된다면 장애에 대한 측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사회 혼란이 예상된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도 잠재적인 정신질환자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역기피에 악용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게임은 그동안 사회의 달갑지 않은 시선 아래 혹독한 시간을 보내왔다. 길지 않은 산업 역사에서 청소년의 학습권을 해치는 주범이나 마약과 같은 유해물질로 여겨져 왔다. WHO가 내세우고 있는 방침에는 논리적 근거는 부족하며 '게임은 나쁘다'는 맹목적 문제의식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에 근거한 연구와 투명한 절차가 수반될 때 WHO의 결정은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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