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규모 UNIST 사이언스 월든팀 연구사업…인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일반인 참여하는 '생활형 실험실' 설치…"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비비변기' 도입 협의 중"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가상통화의 가치는 시장 논리로만 이뤄집니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는 기술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상통화 광풍을 보면서 화폐의 형식이 얼마든지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번엔 똥본위화폐다. 쉽게 말해 인분을 바이오 에너지로 바꿔 그 가치만큼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물값이 절약되고 하수처리비용과 환경부담금이 줄어든다. 내가 얻은 '똥 소득'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거나 지인과 나눌 수도 있다. 5000만 한국인이 모두 똥본위화폐에 참여하면 1년에 9조원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똥본위화폐 개념을 제시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사이언스 월든팀의 연구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2년까지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똥본위화폐에 대해 "가치의 중심에 사람이 놓이는 특별한 화폐"라고 소개했다.
가상통화가 단순히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한다면, 똥본위화폐 가치의 출발점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인간 본연의 행위라는 점에서 다르다. 지금까지 수세식화장실을 통해 인분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데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를 활용하면 친환경 에너지로 환경을 보호하고,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을 화폐로 환산하면 10꿀(500원)이다. 향후 환경, 에너지, 기후 변화,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수록 10꿀의 가치는 올라간다.
UNIST 캠퍼스에 설치될 생활형 실험실 '과일집(과학이 일상이 되는 집)'.
오는 4월 UNIST 캠퍼스에는 일반 국민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과학이 일상이 되는 집(과일집ㆍ사이언스 캐빈)'이 들어선다. 과일집은 방 3개, 198㎡(약 60평) 크기로 누구나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다. 과일집에는 친환경 변기 '비비변기'가 설치된다. 비비변기는 물을 거의 쓰지 않고 건조기와 분쇄기를 이용해 대변을 가루로 만든다. 이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메탄가스로 변환시켜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이언스 월든팀이 개발한 비비변기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전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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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 대형 멀티플렉스 측에서 비비변기에 관심을 보였다. 조 교수는 "영화관 안에 있는 보호자 동반 화장실 칸에 비비변기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실무자들과 협의했다"며 "실용화된다면 꿀을 이용해 영화를 보고 팝콘도 사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개발비용 등을 절감해 2022년까지 10꿀당 가치를 3600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10꿀 중 3꿀은 자신이 지정한 지인들과 나눌 수 있다. 취약층 복지,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조 교수는 "똥본위화폐는 쓰면 쓸수록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며 "똥본위화폐를 통해 매일 매 시간 서로를 기억할 수 있고,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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