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여전히 종이통장 선호…디지털 금융소외계층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종이 통장 매수를 20장으로 늘려주시면 안되나요?"
최근 모 시중은행이 종이통장 매수를 기존 9매에서 20매로 늘려달라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령층들이 여전히 종이통장을 선호하는데, 매수가 9장밖에 안되다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고령층 다수가 여전히 생활비통장, 목돈마련 통장, 자녀결혼자금 통장 등을 따로따로 만들어 통장지갑에 넣어놓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온 불만입니다.
이 은행은 최근 인터넷 모바일 채널이 확대와 맞물려 은행 영업점이 줄면서 불편을 겪는 고령층 고객들이 많다고도 호소했습니다. 실제 2016년 기준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20~30대는 70~90% 수준이지만 60대는 14%, 70세 이상은 4.3%에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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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건의를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종이통장 1권의 매수가 9~10매로 이 정해져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이통장 매수가 9~10매를 넘어가게 되면, 줄밀림이나 종이걸림 등의 오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시중에 설치된 현금입출금기, 자동화기기, 통장프린터에 종이가 끼는 등 기기가 고장날 수도 있습니다. 종이통장 규격이 가로 14cm, 세로 9cm로 규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금융위는 "종이통장이 제공하는 정보 중 하나인 은행 상세 거래내역은 거래내역 명세표를 별도로 요청해 받을 수 있으니 이 점을 참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종이통장 사용자로 대표되는 '디지털 금융소외계층'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것 같습니다. 금융거래가 급속도로 비대면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흐름에 끼지 못하는 고령층이나 사회적 약자 들이 있는 것이죠. 종이통장을 늘려달라고 한 건의는 이러한 현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요.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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