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홈페이지 변조를 통해 신념을 드러내는 ‘핵티비스트(Hacker+Activist)’들이 늘어나면서 국제 해킹 조직인 ‘어나니머스(Anonymous)’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해킹을 통한 홈페이지 변조 건수는 2759건에 달했다. 특히 ‘어나니머스’는 소수의 인원만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나니머스는 ‘익명(Anonymous)’이라는 뜻의 해커 조직이다. 전 세계에서 3000여명의 해커들이 활동 중이며 컴퓨터 해킹을 투쟁 수단으로 사용한다. 눈에 보이는 조직이나 리더는 없지만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신념을 전파하고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사회나 국가 등을 대상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니머스의 시작은 2003년 포챈(4chan)이라는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포챈은 정책상 이용자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어나니머스’라는 대화명을 즐겨 사용했다. 이는 지금의 이 해커 집단을 어나니머스라고 부르는 계기가 됐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건 2006년이다. 미국 알라바마의 한 테마파크 내 수영장에서 2살 아이를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쫓아낸 사건이 있었다. 수영장 측의 태도에 분개한 어나니머스는 소셜네트워크 게임 ‘하보 호텔’에 접속해 ‘에이즈를 이유로 수영장 출입금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네트워크 폭주로 접속을 마비시켰다.
2009년부터는 국제적인 활동을 본격화했다. 당시 이란에서는 정보 검열이 심했는데 어나니머스는 이란 정부 사이트에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시도했다. 2011년에는 아랍 민주화 운동 시위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사이트를 공격했다. 미국 타임지는 그 해 어나니머스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0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파리 테러의 주범인 IS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IS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약 5000개를 해킹해 차단시키고 IS대원들의 IP를 추적해 주소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IS 홍보영상을 삭제하고 IS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 있다.
한편 어나니머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들의 사회 정의 실현에 추종자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정의를 가장한 무법 행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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