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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베네치아 해변의 나무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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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베네치아 해변의 나무기둥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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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년 봄. 오스만의 콘스탄티노플 공성전이 한창이었다. 오스만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난공불락의 3중 성벽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포를 사용해 두들기고 또 두들겨도 천년의 도시 콘스탄티노플은 쉽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바다에서는 베네치아와 제노바 등 이탈리아의 함대가 콘스탄티노플을 지원하고 있었다. 4월 28일. 오스만 해군은 주목할 만한 승리를 거둔다. 베네치아 선장 자코모 코코를 그의 전함과 함께 가라앉혔다.


 전투가 오래 교착되면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쉽다. 메메트 2세는 바다에서 헤엄쳐 나온 이탈리아 사나이 40여 명을 붙잡아 '말뚝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오스만에서 25년이나 장사를 했다는 제노바의 상인 자코포 데 캄피가 생생히 기록했다. "날카롭고 긴 막대기가 항문에 놓이고 집행자는 커다란 망치를 양손에 잡고 온 힘을 다해 그것을 친다. 그러면 팔로(palo)로 알려진 이 막대기는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그것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느냐에 따라 불행하게 오래 가기도 하고 즉사하기도 한다."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ㆍ산처럼)

 유럽의 작가들은 '야만적인 투르크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는가. 이보다 훨씬 전에 베네치아 군은 사로잡은 오스만 포로들을 잔인하게 처형하지 않았던가. 1416년 6월 1일의 일이다. 피에트로 로레단이 이끄는 베네치아 함대가 오스만 해군과 처음으로 교전한다. 오스만군은 참패했고 수많은 포로들이 말뚝형을 면치 못했다. 비잔틴의 역사가 두카스는 "해안을 따라 포도송이가 넝쿨에 매달리듯 시체들이 불길한 모습으로 말뚝들에 꽂혀 있었다"고 적었다. 1501년 투르크 해적 에리카를 생포한 베네치아군은 에리카를 기다란 노에 올려놓고 구워버렸다. 총사령관 베네데토 페사로는 도선사와 항해사, 노잡이도 한 명씩 말뚝에 꽂아 죽였다고 기록했다.(부의 도시 베네치아ㆍ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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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베네치아에 600년 전의 피 냄새는 남아 있지 않다. 도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한때 지중해를 지배한 해상공화국, 그 위대한 역사는 바다에서 썼지만 기록은 뭍에 남았다. 6세기 훈족에 쫓긴 로마인들이 리알토 섬을 중심으로 지중해의 석호 위에 나무기둥을 박아 베네치아를 세웠다고 한다. 저 아름다운 도시를 바닷물에 흠뻑 젖은 나무기둥들이 떠받친다. 기둥들은 바다까지 나아가 뱃사람의 길이 되고 곤돌라의 쉼터가 된다. 산마르코 성당을 나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광장을 바라보며 걸으면 일렁이는 파도를 등진 채 수상택시와 곤돌라가 기다린다.

 오늘날 베네치아의 나무기둥들은 갑각류의 공격에 신음하고 있다. 갑각류의 유생들이 나사 모양으로 젖은 기둥 속으로 파고들어 구멍을 숭숭 뚫으면 단단한 나무가 해면조각처럼 푸석해진다. 저 아름다운 건물들이 언제 주저앉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걸핏하면 물에 잠기는 이 도시를 갑각류의 침략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나그네는 운하를 빠져나올 때 말뚝에 꽂혀 신음하는 불행한 사나이들을 떠올리며 작별을 고했다. 저물녁, 서두르듯이.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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