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영화 ‘청년경찰’에 분노한 중국동포들이 영화 상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역 9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포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청년경찰의 상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청년경찰이 중국동포를 범죄 집단으로 왜곡하고, 중국동포가 많이 모여 사는 대림동을 범죄의 소굴로 왜곡 묘사했다는 항의의 뜻을 담아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림역 9번 출구와 12번 출구 일대는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배우 박서준과 강하늘 주연의 청년경찰은 경찰대에 다니는 예비경찰 2명이 가출 청소년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 조직을 추적해 소탕하는 내용이다. 영화에는 대림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국동포 조직폭력배가 여성 가출 청소년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 적출하고, 산부인과에 팔아넘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림동을 경찰도 ‘손 댈 수 없는’ 곳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까지 48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택시운전사에 이어 올 여름 극장가 최대 흥행작 중 하나다.
특히 “여기 조선족(중국동포)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들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도 자주 나요”라며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라는 영화 속 택시기사의 대사가 중국동포들 마음에 분노를 들끓게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욱 제한중국교민사회 대표는 “10여년에 걸쳐서 대림동, 건대입구, 안산 원곡동 등에 적극 투자해서 동네를 활기차게 바꿔 놨다”면서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특정 범죄 집단으로 인해 경찰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찰이 그렇게 무능력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도 “25년 동안 동포사회를 우리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 영화 때문에 80만 동포사회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했다.
외부단체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대림동에서 이주민센터 ‘친구’를 운영하는 윤영환 대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해 화가 났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박옥선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결연하게 낭독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청년경찰은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 영화 중 동포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악의적인 혐오가 가장 심각하게 그려진 영화”라고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동포들이 앞장서 대림동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대책위는 청년경찰 영화 상영 중단과 함께 김주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대림동을 방문해 중국동포사회와 지역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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