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SOC 등은 대폭 삭감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일자리와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인 '제이(J)노믹스'에 발맞춰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그대로 담았다. 공무원 증원 등 공공 일자리 만들기는 물론 중소기업 청년채용 지원과 같은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전년대비 7.1%(28조4000억원) 늘어난 429조원을 편성했다. 이 같은 총지출 증가율은 2009년 이후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확장적,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4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9%(16조7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역대 사상 최대 증가율과 증가폭이다. 내년 전체 예산의 34.1%를 차지해 3분의 1을 넘어섰다. 2008년의 67조7000억원에 비하면 10년만에 2배 이상 많아졌다.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2021년에는 188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0~5세 아동수당 10만원 지급, 기초연금 25만원으로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 청년희망키움통장 도입 등과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 충원, 중소기업 추가채용 2만명 지원 등이 담겼다. 서민생활비 경감을 위해 생계곤란 가구의 주택 1000호를 을 매입 후 재임대하고,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에게 무료로 독감예방접종을 한다.
복지 예산만 보면 111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5%(10조6000억원) 많아졌다. 특히 노동분야 예산은 23조8000억원으로 30.1%(5조5000억원)나 늘어났다. 청년일자리 예산만 보면 올해(2조6000억원)보다 20.9% 늘어난 3조1000원에 이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재정건전성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겠냐고 할 때 일단은 전자가 중요하다"며 "가계소득 견인은 재정정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최저임금 인상, 생활비 경감 등이 모두 재정의 가계소득 증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올해(22조1000억원)에 비해 20.0%(4조4000억원) 깎였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021년에는 SOC 예산을 16조2000억원까지 줄일 계획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성장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 투자에 1조5000억원이 배정됐고 스마트공장 2100개 보급, 참여·혁신형 창업공간(크리에이티브 랩) 75개 설치 등이 추진된다.
국방예산도 전년대비 6.9%(2조8000억원) 늘어난 43조1000억원을 책정했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 KAMD, KMPR의 3축체계 조기구축, 병 봉급 2배 인상, 급식비 인상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노후 경유차·화물차 12만대 조기폐차, 저감장치 부착,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도 눈에 띈다. 가습기 특별구제계정에 정부가 예비비 100억원을 신규 출연하고 친환경 축산농가에 대한 정기적 잔류농약검사 실시, 항생제 검사 확대 등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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