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20대 여성 A씨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경험했다. A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27~30일)에 한 번 생리를 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부터는 짧게는 2~3주, 길게는 7~8주 또는 3개월에 한 번 생리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깨끗한나라에서 출시한 릴리안을 2014년부터 사용해 왔다”며 “그 이후 생리주기가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해물질 없는 순면제품이라는 광고에 믿음이 갔는데 화가 난다”고 했다.
생리양도 들쭉날쭉했다. 생리 첫날 양이 가장 많고 점점 주는 게 일반적인데 릴리안 사용 이후 1일째 적은 양의 생리를 했다가 5일째에 갑자기 양이 많아지기도 한 것이다. A씨는 “릴리안 측에서 환불해주겠다고 공지했는데 환불로 무마하려는 게 불편하다”며 분노했다.
#.40대 여성 B씨도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을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생리기간이 5~6일에서 3일로, 올 초부터는 만 하루로 줄었다. 조기폐경이 오는 건가 생각하고 몇 달을 넘겼는데 생리대 때문이라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1년 이상 릴리안을 사용한 것 말고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닌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후회 된다”고 했다.
A씨, B씨와 같이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다 생리불순 등을 경험한 여성들의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단체들이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전수 조사를 요구하며 여성들의 피해사례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부터 사흘 간 생리대 부작용 제보를 3009건 받았다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수백 명 정도 제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제보자가 많아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제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품 사용 후 제보자의 65.6%(1977명)가 월경주기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1~2개월 변화가 22.7%, 3개월 이상 변화가 10.3%였다. 6개월 이상 변화도 12.3%를 차지했다.
또 월경기간이 감소한 것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일 이하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35.8%로 가장 많았고, 3~5일 이하로 줄었다는 응답도 34.9%로 그 뒤를 이었다. 월경이 아예 끊긴 경우도 4.7%였다.
85.8%의 응답자들이 월경 혈 감소를 경험했다. 생리통이나 피부질환의 경우에도 각각 68%, 48.4%가 심해지거나 질환이 생겼다고 답했다.
아울러 1495명(49.7%)이 릴리안 사용 이후 최근 3년 이내 월경, 자궁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가장 많이 걸린 질환으로는 질염 51.4%, 생리불순 38.1%, 자궁근종 13.5% 등 순이다. 이 질환들이 릴리안 생리대 때문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 3009명은 릴리안 제품을 짧게는 3개월 이하(9.2%)부터 길게는 5년 이상(27.1%) 사용한 여성들이다. 연령층은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나 20~30대 응답자가 전체의 80%가량 된다.
이날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는 피해 여성들의 사례를 접수하고,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회용 생리대 전체에 대한 성분 및 위해성을 조사해 여성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에 의뢰해 실시한 일회용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검출 실험에서 스타이렌, 톨루엔, 트라이메틸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 스타이렌과 트라이메틸벤젠은 실험을 한 모든 생리대에서 나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화합물이다. 주유소,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주로 나온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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