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리대와 같은 회사 제품 기저귀 불안감 호소
깨끗한나라, "안전하다" 공식 입장에도 유해 논란 지속
여성단체, 일회용 생리대 성분조사 촉구·집단소송 움직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인한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케미 포비아)이 아기 기저귀로까지 번지고 있다. 액체를 흡수한다는 원리가 같다는 점에서 기저귀도 생리대와 구성 성분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문제가 된 생리대를 포함한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전수 조사를 요구하고 피해를 본 여성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기저귀도 못 믿겠다" 불안한 엄마= 24일 아기 엄마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가 된 회사 제품의 아기 기저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지난 21일 부터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에 대해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날이다.
깨끗한나라에서 만드는 기저귀 브랜드는 '보솜이'다. 2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조모(32)씨는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건데 믿고 써도 될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에는 '보솜이 안 쓰는 게 답이겠죠?', '며칠 전에 보솜이 샀다가 찜찜해서 다른 기저귀 주문했어요'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깨끗한나라는 공식 홈페이지에 "보솜이 기저귀는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산되고 있다"며 "최근 뉴스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생리대 제품 사용에 따른 일부 소비자들의 의견과 보솜이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릴리안과 보솜이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건 맞지만 생산라인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솜이 뿐만이 아니라 기저귀 전반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생리대와 기저귀 모두 액체를 흡수한다는 원리가 같다는 점 때문에 구성성분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생리대 유해 논란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접착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품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접착제는 기저귀에도 적용되는 물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표원은 기저귀 안전 기준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번 생리대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저귀 안전관리 수준은 전 세계에서도 높은 편"이라면서도 "식약처 조사결과를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고 얘기했다.
◆"20년전 만든 기준 개정해야"=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성분조사와 손해배상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약처는 피해 여성 사례 접수와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해 여성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실시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실험에서 스타이렌, 자일렌, 톨루엔, 트라이메틸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스타이렌과 트라이메틸벤젠은 실험에 사용된 모든 생리대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화합물로 주유소, 자동차,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주로 뿜어져 나온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현재 생리대 유해물질 기준은 포름알데히드, 색소 등 4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며 "2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인데 이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불꽃페미액션 등 30여개 여성단체들은 여성환경연대와 더불어 식약처에 사태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법정원은 23일 기준 7000여명이 릴리안 생리대 피해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98%가 소송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 모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운영 중인 법정원은 공익적 성격을 가진 집단 소송과 함께 일부 피해자들을 위한 개별 소송도 준비 할 예정이다.
소송을 준비 중인 정용성 변호사는 "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도 있는 등 상황이 동일하지 않아서 증상별로 나눠서 그 분들에게 맞는 적절한 형태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처음에 피해 구제를 바로 못 들어가면 증거 확보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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