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관악구청장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6번째 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청사'에 영혼을 불러 넣었다'는 내용 글 올려 지난 7년간 구청사 곳곳에 대한 애정 표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글발’이 날로 빛을 발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에 1주일에 한 번꼴로 글을 써내고 있다.
‘세계 도서관 기행’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잘난체 하시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 구청장으로서는 다른 정치인들이 하기 쉽지 않은 ‘글쟁이 실력’을 유감 없이 자랑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23일 6번째 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분위기의 관악구청사를 친근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온 것을 정리했다.
그는 “오래 전 중앙정부에서 퇴직 후 퇴직금과 관련한 기관을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창구의 여직원이 어찌나 쌀쌀맞게 대하던지 불쾌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청와대 비서관, KTV 사장, 국회 도서관장(차관급) 등을 지낸 고위 공직자 출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니 보통의 경우 더 심할 것이 아닌가라며 말단 공직자라도 민원인에게는 큰 권력자라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악구 청사에 유리벽을 설치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했다.
그는 “청사 현관 위에 ‘시가 흐르는 유리벽’이라는 현판을 설치, 시 구절을 붙였다. 영혼이 없는 차가운 유리벽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방문자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효과가 있다. 시구가 바뀔 때마다 청춘 남녀를 비롯 주민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관악구청 ‘시가 흐르는 유리벽’은 교보서적 본사 외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좋은 글귀와 글씨체로 유명한 곳이다.
또 앞마당에 농구대를 설치하고 공을 빌려준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어른까지 낮이나 밤을 가리지 않고 슛을 하는 모습이 구청사에 활기와 친근감을 더해준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청사 1층의 사무공간을 줄여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용꿈 꾸는 작은 도서관’도 명소가 됐다. 유 구청장이 직접 이름을 지은 도서관으로 좋은 간판상을 받기도 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복층으로 하고 카페 분위기로 꾸몄다. 아이들이 기어 다닐 수 있는 온돌방과 수유실도 설치했다. 주민들 모임 공간인 ‘도란도란방’도 두었다. 작가와 대화나 북콘서트가 수시로 열리는 핫한 인기공간이다. 하루 이용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데다 관악구내 40여 도서관과 연계돼 다른 도서관의 책까지 배달해주니 ‘작지만 큰 공간’이다. 밤이면 책 읽는 모습이 통유리를 통해 밖으로 비치면서 행인들을 도서관으로 유인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자랑했다.
또 1층 로비의 계단 아래 방치된 작은 공간에는 시각장애 1급 여성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만들었다. 눈이 잘 안 보여서 손으로 느껴지는 무게감으로 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이 카페 덕에 구청 현관에 들어서면 언제나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도서관 회원증 소지자에게는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용꿈도서관에서 마실 수 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장애인 복지에 도움 주는 부수효과를 내는 것도 괜찮다고 소개했다.
2층 자매도시의 농산물·공산물을 전시하던 공간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갤러리로 만들었다. 각종 회화와 조각, 사진, 서예, 설치미술 등 지역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도 정기적으로 열고, 유명 예술인 초대전이 늘 열린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줄지어 와서 예술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예술을 감상할 기회가 적은 관악지역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1층 로비에서 갤러리로 통하는 계단 입구에 ‘계단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안내문을 달아 주민들을 유머스럽게 유혹한다고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일찍 선언한 유 구청장이 2010년 민선 5기 관악구청장으로 취임해 만든 작품들이어 더욱 애정이 가는 모양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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