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업체 바이두, 위챗, 알리바바에 밀려
인터넷 정책, 그레이트 파이어월 때문
VPN까지 차단…페북은 우회 재진출 시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검색, 모바일 상거래,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전 세계 1위 사업자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하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만리장성인 '그레이트 파이어월'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각각 현지 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위챗에 밀려 명맥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현재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08년과 2009년 중국 티벳과 신장(新疆)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자 중국에서 완전히 차단됐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반대하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도 접속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1.7%에 불과했다. 전체 점유율의 77.1%는 바이두가 차지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지난 1월 활성기기 기준으로 위챗의 이용자는 9억2000만명인 반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5400만명에 그쳤다. 모바일 상거래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T몰은 시장 점유율의 56.6%를 차지한 반면 아마존은 0.8%의 점유율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정책 때문에 비롯된 상황이다. 그레이트 파이어월은 중국 내부서 IP 주소나 키워드를 기반으로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를 제한하고 특정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삭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반적인 웹 페이지뿐만 아니라 메일, 게임, 문자메시지 등 인터넷 상 모든 것을 검열한다.
중국인 중 일부는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구글, 페이스북 등을 몰래 이용했다. 중국 당국도 이에 대해 눈감아주는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VPN 차단을 강화하고 있다. 류샤오보 사망과 올 가을 권력 교체기를 맞아 내부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달 자국 내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에게 내년 2월까지 VPN 접속을 차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VPN 업체를 넘어서 통신망 자체를 타깃으로 해외 사이트 접속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해외 사업자들도 하나둘씩 중국의 인터넷 정책에 굴복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VPN을 중국 앱스토에서 삭제했다. 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중국 현지 사업자 베이징 신넷 테크놀로지는 지난 달 28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 현지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VPN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중국 이용자 공략을 위해 자사의 사명을 가린 채 서비스를 출시하기는 꼼수를 썼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다른 회사 이름으로 '컬러풀 벌룬(다채로운 풍선)' 이라는 사진공유 앱을 내놨다. 이 앱은 영 LLC(Young LLC)라는 업체가 개발한 것으로 소개돼 있으며 페이스북과 제휴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여러 방식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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