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잦은 '악마의 도로' 시흥대로 제 속도로 갈땐 뒤에서 '빵빵'
여름휴가철 도심에 차량이 줄어든 틈을 타 서울 곳곳에서 보행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법질주'가 벌어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한속도를 무시하는 과속차량들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제한속도 조정과 단속 카메라 설치 등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사고가 낫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도심 과속'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주>
<상>질주하는 서울 도심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민영 기자]"길을 건너는데 차들이 확 지나가니 가슴이 두근두근 하죠. 이러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됩니다."
2일 오후 2시께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1호선 석수역을 잇는 약 7㎞ 구간의 시흥대로는 여름휴가철이라서인지 한산했다. 버스 중앙차로를 제외하고도 왕복 8차선의 큰 도로다 보니 차들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했다.
이 도로는 운전자들 사이에 '악마의 도로'로 불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급커브도 있어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넓은 도로를 믿고 '밟는' 운전자도 부지기수다. 이를 증명하듯 시흥대로에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18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2건은 사망사고로, 2건을 제외하고 모두 길을 건너던 보행자들이 피해를 당했다.
그럼에도 과속은 끊이지 않는다. 실제 이날 시속 60㎞를 유지한 채 차를 몰자 옆에 있던 승용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따르던 뒤차들은 차선을 변경해 앞질러가거나 경적을 울리기까지 했다. 석수역 방면으로 2개의 고정식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잠시 속도를 줄일 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나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에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 까닭에 항상 신경이 쓰인다. 주민 최모(58ㆍ여)씨는 "횡단보도에 발을 올리는데 앞에 차가 지나가면 위협을 느낀다"며 "항상 긴장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19일 이곳의 제한속도를 시속 70㎞에서 60㎞로 낮췄지만, 한 달이 넘도록 실제 적용은 하지 못하고 있다. 표지판과 시설물 등을 아직도 교체하지 못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속도제한 표지판 등을 변경해야 하는데 실시계획 변경 등 절차가 있어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23일부터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낮춰진 강남 헌릉로 6.5㎞ 구간도 일부 차량이 시속 100㎞ 가까이 밟는 등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차가 없는 야간에는 일부 차량들이 120~130㎞를 넘나들기까지 했다. 시흥대로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왕복 8차선 도로에 중간중간 내리막길이 있어 속도를 내기 좋은 환경이다. 제한속도를 낮추긴 했지만, 실질적인 정착까지는 아직 먼 일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에 중심을 둔 도심권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도심권 주행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