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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증세를 프레임에 가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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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증세를 프레임에 가두지 말자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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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오늘 발표한 정부의 2017년 세법개정안은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에 부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자리 창출과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면서 서민ㆍ중산층과 자영업자ㆍ농어민,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고용증대세제의 신설, 근로시간 단축 및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제 지원,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의 인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공제ㆍ감면의 축소,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근로장려금의 확충 등이 두드러진다.


이명박정부에서는 투자와 고용 증대를 기대하면서 감세정책을 취했지만, 의도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국가의 재정건전성만 약화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소위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소비세와 소득세 위주의 증세를 추진했다. 최근 '부자 증세'에 맞불을 놓아 담뱃세를 낮추라는 야당의 주장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조세는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조세체계가 갖춰야 할 조건, 즉 공평성, 효율성, 명확성, 정치적 책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세금의 경제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치이고, 세금의 정치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시대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 및 교육비용의 사회화가 필요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재분배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는 공공부문의 투자를 통해 민간부문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유인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이 최하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세금폭탄'을 들이대는 것은 '복지를 지뢰밭'으로 보는 것이다. 취약한 복지제도를 개선할 때마다 세금이라는 폭탄이 터진다고 겁박하는 것이다. 반(反)복지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정서가 깔려있는 것이다. 담뱃값의 인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서민증세에 화답하는 부자증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은 보다 담대하고 미래 지향적인 증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과 '임금 없는 성장'의 시대에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세제는 이를 뒷받침 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과거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지원하던 반복지적ㆍ반노동적 조세체계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국가 시대의 조세정책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연대와 공존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는 구태와 단절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소득주도 성장에 조응하는 것이며, 부자증세는 그 정치적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 여당도 세제개편에 대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해야 한다.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직접세 위주의 누진적 세제로 선별적 복지제도를 구축하고, 점차 보편주의 복지제도를 확충하면서 소비세의 비중을 늘려나갔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소비세의 비중이 높지만 개인소득세의 비중 또한 높고, 보편주의 복지제도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성장, 고용, 복지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증세에 대한 정치적 위기감은 불평등의 해소라는 시대적 요구와 증세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극복돼야 한다. 당파적 이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권의 책임있는 결단이 요구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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