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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개헌, 권력구조 아닌 시대정신이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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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개헌, 권력구조 아닌 시대정신이 논의돼야 한다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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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연일 날선 토론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아직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전해지는 뉴스의 양을 놓고 보면 대통령 중임제니, 의원내각제니, 이원정부제니 하는 정부형태에 대한 논의가 가장 큰 관심사인 듯하다. 초유의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현행 헌법 대통령제 구조를 바라보는 의심의 시선이 많아진 탓으로 보인다.


민주화 30년의 이력에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권력의 폐부가 그 정점에서 여전히 숨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 원인을 찾아 열거하고 분석하는 와중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대상이 헌법이었을 것이다. 상한 자존심에 말없는 헌법은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대통령제 구조 그 자체에 제왕의 권력이 몰래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이미 마련돼 있으니 서둘러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력구조논쟁으로 환원되고 마는 개헌 논의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이들 주장의 이면에는 정부형태만 바꾸면 이 부끄러운 농단의 헌정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70년 제헌ㆍ개헌의 역사에서 그 어떤 정부형태의 실험도 권력의 자의적 남용의 의지를 완벽히 막아내었던 적이 없다. 외세와 군사독재 등 유독 불행했던 환경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그조차도 외형적으로나마 헌법 없는 시대가 아니었다. 거론되는 각 정부형태의 본산이라 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 눈을 돌려보자. 그들 역시 크고 작은 정치적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선진적 헌정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이 정하는 권력구조가 완벽하기 때문은 아니다. 국민이 좋은 대표를 만들어 내고 이들 대표가 나라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헌법의 권력구조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어떠한 형태로 권력이 배치되느냐는 정치공학, 즉 효율의 문제일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 비난받는 바로 그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우리는 부패한 권력을 평화적으로 파면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정치적 선택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표를 잘못 뽑을 수 있고 잘못된 정책에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문제는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 되돌릴 수 있는 '작동 가능한'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대표 선출에 국민 의사가 왜곡 없이 반영되는 제도를 수립하는 것 또한 중대한 문제이다. 정치 기득권의 방해를 극복하고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제를 꾸리는데 진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개헌은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87년 헌법의 시대정신은 독재의 종식과 민주화의 성취였다. 헌법 문장과 단어 속에서 이 시대정신이 녹아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은 개헌 주체들의 정치공학적 접근 때문에 미처 논의가 깊지 못하였던 대목이다. 그럼 2017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실질적' 참여민주주의의 확립이라 생각한다. 평화의 촛불이 불러온 기적을 경험한 우리는 민주적 참여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있다. 다음 선거까지 그저 무기력한 유권자로 남아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려 한다. 생활정치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


다음 헌법은 이러한 열망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30년 민주 헌정사의 뼈대 위에서 국민의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국민참여 확대를 위한 구체적 제도가 고안돼야 한다. 개헌의 절차 또한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권력의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로 인해 개헌안의 체계적 구조가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장철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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