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엔 갑질ㆍ회삿돈은 쌈짓돈…156억원대 횡령ㆍ배임
동생ㆍ아들ㆍ딸ㆍ사돈ㆍ측근까지 가맹점주 고혈 빨아 한몫 챙긴 프랜차이즈 창업주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검찰이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고 156억원대 횡령ㆍ배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69) 회장을 25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전날 정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정 전 회장의 동생, 임직원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정 전 회장과 그 일가는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온갖 '갑질'을 자행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에 만연한 '갑질' 횡포에 대해 경종을 올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회장과 일가, 측근들은 회사를 운영하며 91억7000만원을 횡령하고, 배임액은 64억6000만원에 이른다. '갑질 끝판왕' 정 전 회장의 사례를 통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횡횡하고 있을 부도덕한 기업가들의 갑질 수법을 살펴본다.
◇가족 회사 끼워넣기 '통행세'로 부당이득
-가족회사나 실질적인 오너 소유의 회사를 유통단계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부과하는 것은 전형적인 수법이다. 검찰 수사 결과 미스터피자는 치즈 유통단계에 거래상 특별한 역할이 없는 동생 회사 A사와 B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57억원을 부당지원하고, 수년 간 가맹점주들의 고혈을 빨았다. 이른바 '치즈 통행세'다.
미스터피자는 '치즈 공급회사-본사-가맹점' 등 3단계만 거쳐도 되는 유통구조를 '치즈 공급회사-동생 회사-본사-가맹점' 등 4단계로 만들어 수십 억원을 챙기도록 하고, 가맹점주들에게는 부담을 안겼다.
◇'덤비면 죽는다'…본때 보여주기
-본사의 갑질에 질린 가맹점주들이 본사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고 협동조합 형태의 C사를 설립, 직접 식자재 조달에 나섰다. 그러자 정 전 회장은 본사 임직원들을 시켜 조직적으로 식자재 조달을 방해하고,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보복출점, 무차별 가격할인으로 물량 공세를 통한 '고사 작전'을 벌였다.
본사의 영향력을 활용해 C사에 식자재 납품을 하지 못하도록 거래처에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C사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전 가맹점주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복출점한 직영점은 한 마리 1만6000원짜리 치킨을 5000원에 파는 등 밑지는 할인을 했으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자서전 강매ㆍ가맹점주 '삥 뜯어' 생색내기
-정 전 회장은 2012년 발간한 자서전인 '나는 꾼이다'를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책을 강매하도록 했다. 이 자서전은 발간 직후 실제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은 이뿐이 아니다. 정 전 회장은 2008년부터 7년 간 가맹점주들로부터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걷어 이 중 5억7000만원을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광고비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 가맹점주들이 어렵게 번 돈을 편취해 본사가 생색을 내는데 활용한 것이다.
◇'일감몰아주기'가 빠지면 섭섭
-정 전 회장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의 실내 인테리어, 간판 등 공사 관련 총 공사비의 10~15%를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2003~2009년 간 리베이트로 받아 챙긴 돈만 30억원에 이른다.
정 전 회장은 더 많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3년마다 재계약을 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매장 리뉴얼을 강제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전형적인 행태다. '일감 몰아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인테리어 업체, 간판 업체 등은 대부분 정 전 회장의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운영했으며, 이들이 공사를 하도록 해 이익을 몰아줬다.
◇회삿돈은 내 돈, 내 돈도 내 돈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회장의 배임 수법은 여러 가지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운영하는 가맹점에 대해 로열티를 면제하고, 해당 가맹점 유지에 노동력을 제공한 직원들의 급여를 미청구하는 하는 방법으로 회사에 22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
또한 해당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면서 권리금 13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즉, 자신의 점포를 회사에 팔아 회사에는 손해를 끼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이다. 자신이 사실상 소유하는 비상장회사 D사의 신주인수권을 지인들에게 저가 매도하는 방법으로 D사에는 25억원의 손해를 주기도 했다.
회사 홍보비로 자신의 초상화 2점을 9000만원에 그리도록 해 회장실에 걸어 놓는 '나르시즘'의 극치 또한 보여줬다. 검찰은 이를 회삿돈을 이용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제왕적 기업문화'로 표현했다.
◇회삿돈, 이번엔 가족 돈
-정 전 회장은 딸과 사촌형제, 사돈 등 일가 친척 및 측근들에게 급여와 차량, 법인카드 등을 지급해 사용하도록 했다. 정 전 회장의 딸은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 일도 하지 않으면서 수억원의 허위 급여를 받고, 법인명의 차량을 굴렸다. 딸의 가사도우미까지 직원으로 등재해 회삿돈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꼼꼼함도 잊지 않았다.
부회장인 아들의 급여를 월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올려줘 회사에 손해를 줬다. 아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만 2억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배우자나 친인척, 측근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 비용을 빼돌리는 행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등 일부 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정 전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 29억원을 횡령했다.
◇세금 체납은 기본
-'치즈 통행세'를 거둬들인 A사를 실제 운영한 정 전 회장의 동생은 11억원짜리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수입차를 굴리면서도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신용불량자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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