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적' 발언을 해 증시를 끌어올렸다. 물가부진이 지속되면 긴축 속도를 조정할 수 있고,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금리인상과 연준 보유자산 축소를 주로 내세우며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물러선 내용이다.
옐런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물가부진이 지속되면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Fed의 기준선인 2%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에 대해 "일부 비정상적 가격 하락 때문"이라며 일시적 요인으로 분석하면서도, "향후 수개월간 데이터를 긴밀히 들여다보면서 필요하다면 긴축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렇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되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사이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4% 오르는데 그쳤다.
노동시장 인력수급은 빡빡하지만 임금 인상 속도는 빠르지 않은 것 또한 Fed의 고민이다. Fed는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임금 인상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해 왔다. 임금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물가가 올라 목표인 2% 달성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Fed가 공개한 경기평가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은 느렸지만 꾸준했고 실업률은 낮지만, 임금 인상은 아직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옐런은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중립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그렇게까지 많이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물가 상승이나 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금리를 뜻한다. 시장에서는 연 3%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옐런 의장은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연내 Fed 보유자산 축소는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Fed는 올해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축소 규모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은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0.04%포인트 하락한 2.32%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1.34%로 떨어졌다. 뉴욕 주식시장에서도 다우지수는 0.57%(123.07포인트) 상승한 2만1532.14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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