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내각을 구성하는 각 부처 장관들이 개성 넘치는 취임식으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각자의 색을 드러내면서도 담당 부처에 대해 평소 느낀 바를 속 시원히 드러내는 점이 이번 내각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스탠딩 파티 장관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그는 취임사를 다 읽은 뒤 "글로는 딱딱할 것 같아서 이 자리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며 마음 속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무관들의 하루 일과 중 문서 작성하는 일이 10 중 7~8"이라며 "저부터 보고서는 한 페이지로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페이지를 요구했음에도 이게 왜곡돼 산하기관까지 내려가면 수백 페이지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짧은 지시와 빈 곳이 많은 보고서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이 보고서를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정부도 기업처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그는 "미래부에 일의 퀄리티(품질)를 기업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미래부는) 죽다 살아났다. 미래 먹거리와 4차 산업혁명의 주관부처인 우리가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통신비 인하에 대해 "스테이크홀더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해관계자. 법적인 바탕도 중요하고, 기업, 시민사회단체 요구도 있다. 기본적으로 국정기획조정위원회의 방향으로 시작하되 가급적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취임식 후 산하기관장과의 인사를 스탠딩 파티로 진행했다. 원래 와인이 있어야할 자리에 주스가 놓여졌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인사하며 서로를 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도 150여명 직원들과 스탠딩 파티로 인사를 나눈 바 있다.
◆ 강연장으로 변한 취임식= 취임식이 강연장으로 변한 부처도 눈에 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파워포인트를 열고 일목요연하게 그간의 주택정책 방향에 대한 반성을 주문했다. 그는 '주택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 19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수요 억제 방안에 집중됐다"며 "주택시장 과열을 더 이상 공급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장 상황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이어 "투기수요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프리젠테이션으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을 더 열심히 하자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말"이라며 "지금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계승하기보다는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기술과 가치관, 방법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환경부라는 조직의 관점에서 전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솔직담백 좌중은 가시방석=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작성한 취임사를 통해 "저부터 반성한다"며 이제 책상 위 정책 대신 현장에서 작동하는 정책,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 있습니까?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 있습니까?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묻는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취임식에서 개혁을 외쳤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교육부 해체가 공약으로까지 등장한 데 대해 뼈저린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 교육정책의 출발은 교육부의 지난 과오에 대한 자기 성찰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혼을 되찾아오라는 장관도 있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체부에서 일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돼야 한다"며 "여러분의 사유, 감수성, 상상력, 행동이 그대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외…=지난 3일부터 통일부로 출근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임명장을 받은 직후 청사 사무실을 일일이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취임사는 직원 이메일로 발송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식장 대형 화면에 거꾸로 뒤집힌 세계지도를 내걸엇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대륙 끝에 있는 우리나라는 반도를 보고 있으므로 바다를 보면서 일하면 해양수산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미래산업이고 국가전략사업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취임식에서 현장을 무엇보다 중요시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바로 우박피해 지역을 찾아가 농심을 살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 일성으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대응하자"고 말한데 이어, 10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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