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소연 기자] "국내 공작기계산업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산공작기계와 현대위아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일본, 독일 업체에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중국의 거대 자본에 먹힐 위기에 처해 있는 거죠. 이게 우리 공작기계산업의 현실입니다."
공작기계산업에서 15년여간 일해온 한 전문가는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때나마 일본과 독일의 굳건한 양강 체제에서 미국과 함께 '빅4' 소리를 듣던 한국 공작기계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모펀드가 매각 차익만을 노리고 두산공작기계를 중국계 자본에 팔아 치울 경우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현주소=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다. 공작기계산업을 제조업의 근간이라고 하는 이유다. 글로벌적 관점에서 봐도 일본, 독일 등이 세계 1, 2위의 공작기계산업국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ITㆍ생명공학기술(BT)ㆍ나노기술(NT) 등 미래 신산업의 성장이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때, 결국 한 나라의 성장동력은 이들 산업의 모체인 공작기계에서 나온다는 말로 귀결된다.
더구나 최근 기계가공의 응용 분야는 의료기기ㆍ정보기기ㆍ미소광학ㆍ분자조작기기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정밀도 역시 나노미터(100만분의 1㎜) 수준까지 요구되는 게 현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공작기계 글로벌 순위는 5위권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공작기계 생산액은 53억달러(약 5조4000억원)다. 한때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빅4 체제를 유지했으나 이제는 중국에 밀린 것이다.
글로벌 공작기계업체 'TOP 20' 명단에도 우리는 단 2개사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마저도 1개사만 남게 될 위기에 놓였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대만 페어프렌드그룹(FFG)에 두산공작기계를 넘긴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현대위아만 남게 된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국내 공작기계업계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술 유출 논란 재연= 국내 공작기계업계 안팎에서는 두산공작기계가 외국 기업으로 팔릴 경우 국내 공작기계 기술이 경쟁 상대인 중국ㆍ대만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공작기계 매각에 나설 때도 이 같은 기술 유출 논란이 제기됐다. 2015년 말부터 진행된 두산공작기계 매각전 당시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사모펀드인 SC PE가 1조3600억원대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기술 유출 등의 논란이 일면서 무산됐다. 이후 국내 사모펀드인 MBK가 SC PE 제시 가격보다 낮은 1조1308억원에 인수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대만 FFG가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다면 기술 유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FFG는 최근 들어 한국 기계 분야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한국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FFG는 지난해 두산공작기계 인수 실패 후 국내 기업 DMC와 DSK MACHINERY를 인수했다. 이 같은 인수합병(M&A)에 힘입어 FFG는 전 세계적으로 독일, 일본,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한국, 대만, 중국 등에 35개 브랜드, 54개의 생산공장을 거느리며 세계 3위까지 올라섰다.
FFG 공작기계사업 부문의 2015년 매출은 23억달러(약 2조6417억원) 규모로 만약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다면 5조원 가까이까지 늘어나 세계 1,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만 FFG가 두산공작기계를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공작기계는 방산물자를 일부 생산하기 때문에 해외 매각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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