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영업이익, 종업원 1인당 인건비보다도 적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인상안이 제시되면서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등 산업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의 경우 본사와의 관계에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점주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0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저임금 1만원 적용시 외식업계가 맞게 될 변화를 추정해본 결과, 인건비 부담이 대폭 가중돼 2년 후 점주의 수입이 직원의 급여보다도 적어질 것으로 파악됐다.
또 외식업계가 현재의 인건비 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까지 현재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나타났다.
추정에는 정부가 밝힌 최저임금 인상안과 같이 2020년까지 매년 평균 15.7%가 오를 것으로 가정했다. 먼저 2006~2014년에 고시된 최저임금을 토대로 산출한 ‘최저임금 인상률’과 같은 기간 공표된 도소매업조사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인건비 증감률’을 연계 분석한 결과, 인건비의 최저임금에 대한 탄력성은 0.58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인건비가 0.58%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 값에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률 15.7%를 대입할 경우, 2018년부터 매년 인건비가 약 9.25%씩 증가 한다 볼 수 있다. 이렇게 산출된 값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적용해 2018~2020년의 외식업계 인건비 및 경영구조의 변화를 살펴보니 최저임금 인상률 15.7%가 적용되는 첫 해인 2018년에는 인건비가 전년대비 약 2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이후 해마다 약 2조4000억원, 약 2조70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나 2020년에는 올해(추정치)에 비해 7조1000억원 가량이 증가한 약 22조5000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체감될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과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16.1%였던 인건비 비중은 매해 급격히 증가해 2020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2017년 기준 약 10.5%였던 영업이익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에는 1.7%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2년 후인 2019년에 이르면 외식업체 사업주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680만 원)이 같은 해 종업원 1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평균 지급액(860만 원)보다도 적어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외식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돼 사업주는 인건비 절감의 차원에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매장 문을 닫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는커녕 그들의 소중한 일자리를 빼앗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11~2014년의 평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인 16.1%로 2018~2020년의 인건비 비중을 고정시켜보면, 첫해인 2018년에 일자리를 잃는 종사자 수는 대략 10만 명 정도이며, 2020년까지 실직자 수가 누적 27만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돼 전체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실직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식업의 경우 ‘종사자 4인 미만’인 영세 사업체가 전체의 약 87.4%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액에서 식재료비(40.6%), 인건비(17.6%) 등 고정비용이 82.5%를 차지할 만큼 수익구조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비용에 있어 추가 부담의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식업계 사업주들의 대부분이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로 종업원들의 사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장수청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의 적용 시기와 수위에 대한 적정성뿐만 아니라 산업별 수용능력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특례’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 바, 향후 그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안과 맞물려 외식업계에 대량 폐업 과 실업 사태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장 원장은 “삼시세끼 고객을 상대로 하기에 종업원이 영업 준비 시간과 중간휴식시간 포함 하루 10~12시간 정도 식당에 머물며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외식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각 산업별 실정에 맞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분에 상응할 만큼의 지원책 마련이 필수적이며, 외식업의 경우 의제매입세액공제율 상향,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매출세액공제 확대, 간이 과세자 범위 확대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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