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산가족상봉 추진설 '솔솔'
남북회담본부, 모의회담 연습중
한미 '적당한 조건' 놓고 이견 가능성…"北, 이산가족상봉 정치적 이용" 주장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틀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지지입장을 나타내면서 대화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고 대화 조건에 대한 한미의 시각차도 불거질 여지가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북핵해법이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제재 일변도를 고집했다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공동성명에 가슴을 쓸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길에 '핵동결 후 핵폐기'라는 2단계 북핵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는 "양 정상은 북핵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큰 틀의 방법론과 관련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단계적ㆍ포괄적 접근을 구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이 남북대화의 큰 밑그림에 공감을 나타낸 만큼, 남은 과제는 우리 내부에서 누가, 무엇을 갖고 북한을 설득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일단 북한과의 대화 물꼬는 통일부가 주도해 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출범 당시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또 3일 취임한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남북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추가 실험을 중단하되 그것이 핵 동결 방향에 있다면 남북대화를 모색하고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남북회담본부가 모의 회담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남북대화에 대비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대화가 크게 줄면서 실무를 해본 직원들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면서 모의 회담 추진 배경을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회담은 모두 37차례가 열렸다. 지난해 4,5차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남북회담은 2015년 12월 남북차관급이 마지막이었다.
정부에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상봉은 인권과 관련돼 있는 만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4일을 이산가족이 만나는 유력한 날짜로 꼽고 있다. 당초 목표로 꼽혔던 8월15일이 물리적으로 촉박한데다, 10월4일은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또 이날은 추석당일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화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을 고려할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며 이산가족 상봉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의 대북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불확실한데다 미국이 우리의 대북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제 대화 성사로 이어질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남조선 당국이 집권자의 첫 미국 행각(방문)과 관련해 친미사대의 구태에 빠지고 대미 굴종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고 비판했다.
남북대화 조건에 대한 한미간 견해차 가능성도 있다. 한미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남북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올바른 여건'에 대한 해석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미 외교,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한 것도 남북대화에 관여할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산가족 만남 과정을 보면 우리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제안해왔는데, 북한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몇 개월 내 회담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조 장관도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에 대해 "실현되도록 해야겠지만 과거를 보면 우리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그것을 나쁜 쪽으로 이용하는 경험이 많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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