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삼성물산 합병·朴 독대의혹 등 3대 쟁점 모두 제자리
대부분 특검측 증인신문에도 기소내용 입증 어려움…
승마지원·삼성물산 합병·朴 독대의혹 등 3대 쟁점 모두 제자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다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공판이 시작된 지 중반이 흘렀지만 특검은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에 나온 증인들 상당수는 특검 측 증인이다. 특검이 초중반 공판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오발탄을 날리고 있다.
증인들의 증언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예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3대 핵심 쟁점, 검찰 논리 부족=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리는 이 부회장 공판은 법원 역사에 기록될 재판이다.
재판의 형식이나 내용 모두 일반 재판과 차이가 크다. 재판부는 공판중심주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특검 측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 기회를 충분히 주면서 사실관계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4월7일 1차 공판이 진행된 후 23일 공판(제32차)까지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 부회장 공판의 3대 핵심 쟁점은 정유라씨 승마지원 의혹과 삼성물산 합병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로 요약할 수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돕고자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정씨 승마지원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는 부당한 지원의 합의가 이뤄진 자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특검은 공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씨 승마지원 문제의 경우 핵심 증인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31일 공판에서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와 대화) 당시 삼성이라는 단어나 합친다는 단어는 없었다"면서 "합병이란 단어도 없었다"고 법정 진술했다.
이는 삼성 합병 대가로 정씨 승마지원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최순실씨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뒤집는 것이었다.
◆"삼성물산 합병비율 쟁점 아니다"=특검 측은 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1(삼성물산)대 0.35(제일모직) 비율로 합병했는데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손해를 입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6월21일(제31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합병비율의 적정성은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합병비율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청와대 영향력이나 삼성 개입을 밝히라는 주문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를 둘러싼 의혹도 특검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삼성물산이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을 결정지은 시점은 2015년 7월17일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는 그 이후인 7월25일 이뤄졌다.
대통령 독대 이전에 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독대를 통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주장은 시점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검은 공판을 통해 이러한 의문을 풀어야 하지만 아직은 독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핵심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삼성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삼성 청탁'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사건 전반에 걸쳐 복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지검장을 지낸 서울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수사를 하다 보면 법정 진술이 달라지는 사례가 있다"면서 "재판이 잘 진행돼 진실이 가려지기를 바라지만, 한편에서는 구속수사가 필요했던 사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39명 증인신문, 공판시간 310시간22분=그동안 정유라씨 승마 지원 의혹,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을 풀어줄 핵심 증인인 박 전 전무, 홍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 39명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특히 5월31일 오전 10시 시작된 박 전 전무 증인신문은 다음 날 새벽 2시7분까지 16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공방이 오갔다. 특검과 변호인 측이 한 치도 양보 없는 법리 공방을 벌이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증인신문이 밤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잦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부터 문 전 장관까지 7차례에 걸쳐 123명에 이르는 '진술조서' 증거조사도 벌였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 만기일은 8월27일이다. 이때까지 1심이 선고되지 않고 추가 기소를 통한 구속영장 발부가 없다면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1주일에 3~4회에 이르는 공판을 이어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선고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7월12일까지 공판 일정을 잡아놓았고, 추가 일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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