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채권단이 제시한 안을 거부하고 기존 안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박 회장측이 제시한 안을 이미 거절한 상태에서 박 회장이 기존 안에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채권단이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는가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물론이고 박 회장의 거취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19일 오전 11시 이사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상표권 관련 산업은행에 제시한 기존 조건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이번 결정에 대해 " '금호' 브랜드 및 기업 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정된 원안을 아무런 근거 없이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회사측에서 박삼구 회장과 서재환 대표, 박세창 사장 등 3명과 사외이사로 김도언 변호사, 정서진 아시아신탁 부회장,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조재영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당무지원단 부단장, 황성호 전 산업은행 본부장 등 5명을 포함해 8명이다. 8명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이사는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을 제외한 6명이다. 두 사람은 이해관계인이어서 의결권이 없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 관련 제안에 대해 지난 9일 박 회장 측이 역제안을 들고 나오자 지난 16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회신하라고 요청했다가 19일까지로 연기해준 바 있다. 상표권 사용 조건과 관련, 더블스타는 '5+15년', '사용 요율 0.2%' 조건을 내놨지만, 박 회장 측은 9일 '20년 사용', '해지 불가', '사용 요율 0.5%' 등 수정 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를 열어 기존의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박 회장측의 제안은 무리가 없는 합리적 판단이라고 보고 이를 유지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채권단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채권단은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계속 문제삼을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 방해행위로 규정해 박 회장이 이미 포기한 우선매수권은 물론이고 경영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000억원어치 채권의 상환 연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매각금액은 최근의 주가 등을 감안하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산은 등 채권단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넘어가게 된다.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측의 요청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금호기업 지분을 새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금호홀딩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외 특수관계인 8인이 6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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