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싼 야3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고용지표마저 논란의 불씨를 당기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 고용지표가 소폭이나마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요건인 '대량실업'을 충족하느냐 여부로 새 정부와 야당의 입장이 명확히 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주요 지표의 개선세가 확연하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37만5000명으로 1월 저점(24만3000명)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40만명대였던 3∼4월 수치에는 못 미치지만 이대로라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당초 전망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63.6%를 기록했다. 고용률(15∼64세)도 67.0%로 48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업률(3.6%)은 소폭 하락했다. 청년층(15∼29세) 역시 구직활동이 늘면서 취업자가 3만4000명 늘었다. 고용률(0.7%포인트)은 상승하고 실업률(0.4%포인트)은 떨어졌다. 단순 지표상으로는 개선세가 분명하다.
이는 야당에서 내세우는 추경 반대논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상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 추경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침체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3당 정책위의장은 전일 만남에서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추경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새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청년실업 상황이 재난에 가깝다는 인식에서 대량실업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미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데다, 공식 지표상에 포함되지 않는 '숨은 실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체감 실업률은 3~4배에 달한다.
5월 실업률은 1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 중인 학생, 공무원시험준비생, 경력단절여성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3(11.0%)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공식적인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단념자(8만2000명)와 취업준비자(8만5000명) 등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폭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건설업 일용직 증가 등에 기인한다는 점도 정부의 우려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대 청년애로가 심각하고,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며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않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실상 청년 실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20만 명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추경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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