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기획예산처 출신인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기획재정부 1차관에 내정됐다.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로 오면서 '예산 라인'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고 신임 차관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기재부로 통합된 이후 첫 기획예산처 출신 1차관이다. 그동안 기재부 1차관을 거쳐간 8명의 관료가 모두 옛 재정경제부 출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차관 인사는 정책·금융을 맡는 재정경제부 출신이 1차관을, 기획·예산을 도맡은 기획예산처 출신이 2차관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1차관 인사를 앞두고 고 신임 차관과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이찬우 차관보도 둘 다 재정경제부 출신으로서 각각 국제경제통과 정책통으로 꼽혔다.
고 차관이 선임된 것은 최근 예산 라인 인사들이 연이어 등용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기획예산처의 전신인 경제기획원(EPB)에서 시작했고, 장관급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역시 EPB 출신이다. 청와대 안살림을 맡고 있는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또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도 인연이 있어 변 전 장관이 인사에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산 라인으로 분류되는 고 신임 차관이지만, 주요 정책라인에도 고루 몸담은 바 있다. 2013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약 2년간 정책조정국장을 역임하는 동안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를 진두지휘, 기업 애로 해소 정책인 '현장대기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으며,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편 ADB 이사로서 필리핀 마닐라에 파견중인 고 신임 차관은 내달 1일 중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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