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단추로 보는 佛 역사-문화 이야기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조그마한 단추 안에 모든 것이 담긴다. 단추는 단순히 옷을 여미는 부분적 기능만 수행하지 않는다.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까지 해낸다. 작고 평범한 소재지만, 새로운 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오브제(objet)로서 그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반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이 함께한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가 열린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단추를 중심으로 의복, 회화, 판화, 서적, 사진, 공예 등 1800여 점을 공개한다.
전시장은 프랑스 역사를 시대별로 나눠 그 안에 담긴 의복문화를 살펴본다. 단추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표상이다. ‘단추의 황금기’로 불린 18세기(1부 전시)는 절대왕정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시기다. 개인과 사회를 반영한 온갖 종류의 단추가 등장했다. 화려한 궁중 문화를 보여주는 신분 과시용 단추부터 프랑스혁명과 노예해방을 대표하는 '신념의 단추'까지 다양하다.
19세기(2부 전시) 단추는 산업화와 제국주의를 반영한다. 나폴레옹 제정 시기에는 제복의 상징으로 집단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였으며, 신흥 부르주아 계층의 규범문화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20세기 프랑스 의복 문화는 1930년대 절정에 이른다. 이때부터 단추는 독립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1929년 경제대공황이 일어나 옷 자체가 부족해 꾸밀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꾸미고자 하는 욕구는 여전히 남았다. 사소한 단추 하나로 이것을 충족시키려 했다.
가브리엘 샤넬(1883~1971)과 엘자 스키아파렐리(1890~1973) 두 여성 디자이너는 1930년대 파리 패션계를 주도했다. 특히 '옷은 단지 입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다'고 한 이탈리아 출신의 스카아파렐리는 초현실주의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단추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백승미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스키아파렐리를 더 강조했다. 그는 옷에 대한 성과보다 '스키압(Schiap·스키아파렐리 애칭) 왕국에는 단추가 왕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히 단추를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스키아파렐리는 예술작품에 가까운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했다. 특히 그가 1937년 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상의’에 거대한 ‘호도이드 나비 단추’가 인상적이다. 나비 장식은 잠그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추를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작품은 3부 ‘20세기: 예술과 단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을 포함해 총 5부로 구성된다. 단추를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곳곳에 터치스크린과 영상, 18~19세기 패션 판화집의 전자책 등도 구비된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상설전시관 1층)에서 열리며, 9월 9일부터 12월 3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계속 이어진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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