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추경 불필요론'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생산·투자 회복으로 이어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한 가운데 대외 통상현안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향후 대내외 위험요인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북은 정부의 정책방향의 기본이 되는 경기인식을 나타내 주는 주요한 지표로, 이번 그린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3월 그린북까지만 해도 '회복세가 제약되고 있다'던 정부는 지난달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며 전망을 바꿨다. 추경 가능성도 일축했다.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은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실업률이 1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추경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그린북의 정책 방향이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 훈풍으로 경제가 성장 중이지만, 소비 등 내수는 아직 견고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3월 소매판매는 0.0%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의복 등 준내구재, 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AD·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자동차 관련 소비 감소 등도 향후 소매판매에 부정적 영향으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고용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 4월 중 취업자는 2657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2만4000명 증가했으나, 자영업자가 9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생계형 자영업자 중심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0.3%포인트 증가한 4.2%로 4월 기준으로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전반의 회복세는 수출과 생산, 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세계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1분기 성장 부진(0.7%)에도 불구, 전반적인 회복 흐름을 지속 중이다. 중국 경제는 1분기 6.9%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6.5%)를 상회했고, 일본 경제도 수출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유로존도 1분기 0.5% 상승하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4월 수출은 24.2% 증가한 510억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4개월 연속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이다.
수출 호조는 생산·투자 흐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3월 중 광공업 생산은 수출 호조와 신제품 출시 효과 등의 영향으로 1.1% 상승했다. 자동차(5.4%), 전자부품(5.0%), 화학제품(3.5%)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반도체가 24%, 기계장비가 17%나 증가했다. 3월 서비스업생산도 전문·과학·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3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등 IT 업종 중심으로 증가하며 전월대비 12.9%, 전년동월대비 22.8%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전분기 대비 5.5% 성장했다. 국내기계수주는 전기 대비 31.7% 증가했고 기계류수입도 39.6% 증가했다. 3월 건설투자 역시 민간부문의 건축과 공공부문 토목이 고루 늘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 안정과 석유류 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인해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했다. 전월(2.2%)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