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한중 수교 25년 역사상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한중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로 불거진 반한(反韓)·반중(反中) 정서를 예전의 정상 궤도로 돌리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중한 관계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하길 바란다'라는 제목의 사평에서 "중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이해가 충돌하지 않으며 양국 간 장애 요소만 제거하면 신뢰를 바탕으로 급격히 관계를 바꿀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손에 열쇠를 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 배치에 찬성도 반대도 명확히 하지 않은 문 대통령과 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 뒤 사드 충돌을 완화하는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사드 문제로 대치하는 중한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대선은 한국 정치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면서 "새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중국과 대화를 재개하고 사드 문제를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궈샹강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사고방식과 비슷하므로 한중 관계가 아마 좋아질 것 같고, 중국 국민의 반한 정서도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궈 부소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관료였기 때문에 한미 관계에 대해 '더 공정한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가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중국의 양해를 구하고 사드 운용의 철저한 통제를 약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냈다. 궈 부소장은 "문 대통령이 즉시 사드를 철회하지 않겠지만 대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줄이기 위해 사드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부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영 CCTV는 이날 정오 뉴스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낸 내용과 문 대통령 취임식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당선 축하 인사와 함께 "중한 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수교 25주년 이래 쌍방은 공동 노력 속에 양국 관계는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발전했고 각 분야 교류 협력 성과가 두드러졌다"면서 "양국 국민에게 실익을 가져왔으며 지역 평화와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종 중한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중국은 한국과 양국 관계의 성과를 함께 유지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CCTV 평론가인 홍빈은 "새 정부는 당면한 일이 많아 문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무너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하며 이번의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은 문재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는 한국과 유관국들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고 있어 한반도 정국에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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