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최일권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오는 10일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황 권한대행은 9일 대선 결과에 따라 다음날인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인을 확정하는 즉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며 "새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처 장·차관들도 황 권한대행에 이어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새 대통령에게 장·차관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낼 것"이라며 "사표 수리 여부는 새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전했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 여부도 새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대통령이 황 권한대행에게 국무위원들의 제청권 행사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차원에서 황 권한대행의 사표를 즉각 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법 제86조는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제청하도록 하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고, 최소 1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 후보자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낙마할 경우에는 내각 구성은 더욱 늦어질 수 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가능한 빨리 사퇴해 새 정부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사의한 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직무대행을 맡아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성이 강한 황 권한대행보다는 유 부총리가 덜 불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분위기 쇄신을 강조하겠지만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면 안정적 국정운영에 힘을 싣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 개최도 주목된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무회의의 정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18명등 20명이고, 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는 과반수인 11명이다.
차관들은 국무위원 자격이 없기 때문에 장관을 대신해 국무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의결권이 없다. 새 대통령이 현재 장관을 모두 해임한다면 새 장관들이 취임할 때까지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된다. 장관들의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국무회의 개최를 위한 정족수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이후 이틀만인 2008년 2월27일 첫 번째 국무회의를 열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인 한덕수 총리에게 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 당시 각료 4명은 장관직은 사임하고 국무위원직만 유지한 상태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부 교체될 전망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은 국무총리, 장관과 달리 인사청문 절차가 없어 새 대통령이 즉각 임명할 수 있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은 이미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대부분 참모들은 8일까지 근무할 계획이지만 일부 수석들은 9일 오후 늦게 사무실로 나와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 대통령이 10일 오전 확정되면 한 비서실장을 비롯해 홍보, 경제수석이 청와대에서 맞이하기로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참모들은 신원조회 과정으로 정식출입증이 나올 때까지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 청와대를 오가야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직인수위 동안 신원조회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대선 직후 업무를 시작해야 해 정식출입증을 받기가 어렵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출입이 원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