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반도체·조선 산업보호 조치 내놓을 것"
국가 안보 이유로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
국내 반도체 업계, 발언 진의 파악 등 예의주시
"중국 기업 겨냥한 듯…반도체 관세 부과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자국 반도체·알루미늄·조선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조선 ·알루미늄 산업이 지난 1962년 재정된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 of 1962)'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법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경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같은 긴급 무역제재 시행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타국에 대한 제재를 통해서라도 자국 반도체 및 조선업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상무부는 지난주 외국산 철강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면서 철강과 함께 반도체 ·조선 ·알루미늄 ·항공기 ·자동차 등을 6개 핵심 산업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로스 장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진의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반도체는 1996년 체결된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국가간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ITA는 1995년 12월 개정에 따라 차세대반도체(MCO·복합구조칩)까지 대상 범위가 확대된 상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ITA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는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고 해서 갑자기 관세를 부과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을 우선 겨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의회나 정부는 반도체 산업이 경제를 넘어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상업적 기반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경제·안보 분야 국익에 훼손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15년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하자 미국 규제당국과 의회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시장은 2000년 160억 달러에서 지난해 1430억달러로 증가했지만 자체 생산량은 금액 기준으로 6~7%에 그쳤다.
불안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선도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 일본 정부의 제동에 걸려 여의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반도체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에 대해 직접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에서 생산하는 완성품의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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